주가 급락에도 시총순위 ‘껑충’
금호산업과 한라건설은 대규모 유상증자로 시가총액이 크게 늘어난 덕분에 주가 급락에도 시총순위가 상승하는 기 현상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 대우건설 풋백옵션(주식 등을 되팔 수 있는 권리) 사태로 자본잠식 및 워크아웃행이 유력해지면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던 금호산업이 14일 현재 시총 순위 9위를 차지했다.
기존 상장주식의 10배 가까이 되는 초대형 유상증자 덕분이다. 금호산업은 지난달말 유상증자로 상장주식수가 기존 4862만주에서 4억8629만주로 급증했고, 시가총액도 10배나 증가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말 -1조1299억원이던 자본총계가 1조1878억원으로 플러스 반전돼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났다. 금호산업은 지난 3월에는 상장폐지 위기에 몰려 20여일간 주식거래가 중지되기도 했다.
물론 이같은 대형증자는 기존 주식 가치를 희석시키면서 주가하락으로 이어진다. 올들어 금호산업의 주가가 53.48%나 급락한 것도 이 때문. 하지만 워낙 증자규모가 큰 탓에 시총액 1조원대를 무난히 유지하고 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호산업의 대규모 유상증자는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인덱스펀드 시장을 흔들어놓을만큼 파급력이 컸다”고 설명했다.
‘깜짝 증자’로 증권가를 놀래켰던 한라건설도 시총순위가 작년말 12위에서 현재 10위로 2계단 상승했다. 지난달 기존 주식수(964만주)의 2배가 넘는 1036만주를 신규발행해 14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한 덕분이다. 부채비율과 순차입금 비율을 낮춰 신용등급 ‘A-’를 획득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택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한라건설 역시 증자 등의 여파로 올들어 주가가 40% 가까이 하락했다.
이광수 한화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가 미래수익 창출을 위한 투자나 이자비용 감소 등 순익 증가로 이어질 경우 주가에도 긍정적이지만 그 이외엔 주가 희석화로 인해 단기 부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