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기관들 대선 끝나고 입찰 재개

대형공사 39건...전월보다 62.6%↑
연말 '밀어내기식 발주' 진행 우려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조달청의 이달 신규 공사 발주금액이 2조원대를 회복했다. 전월 대비 62.6% 급증한 것으로, 조기 대선 전 지연됐던 입찰들이 이달부터 정상 집행을 개시했다. 다만, 계획대로 발주하지 못해 쌓인 이월 물량이 상당해 정부와 조달청의 상반기 조기 집행 공헌은 공약(空約)에 그쳤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3일 조달청에 따르면 6월 한 달 동안 총 2조2523억원에 달하는 대형공사 39건을 발주한다. 전월 신규 공고가 8420억원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62.6%가 늘어난 셈이다.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6월 조기 대선을 신경써서 그런지, 주요 발주기관들이 입찰 진행을 중단해 건설사들은 보릿고개를 경험해야 했다”며 “일단 대선도 끝난 만큼 공공시장이 6월을 시작으로 활기를 띌 것으로 기대한다. 현금 유동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에는 일단 발 등에 떨어진 불을 끌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발주량 회복을 마냥 반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조달청의 현재 시점 이월 물량은 총 1조1952억원, 41건에 달한다. 1월 5232억원에 불과했던 이월물량이 2월 1조1771억원으로 늘어나 4월 정점(1조6079억원)을 찍고, 현재까지 1조2000억원대에서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달 총 발주금액(3조4475억원)에서 이월 비중은 약 35%에 이른다.

조달청이 발주하는 용역과 물품 등 다른 분야와 비교해도 시설공사의 이월 비중은 월등히 높다. 물품은 이월 물량이 전혀 없고, 용역은 이월 비중이 11.5%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시설공사 발주가 유난히 느리다는 얘기다.

실제로 작년 12월 말 계약요청이 접수된 ‘조야~동명 광역도로 건설공사 3공구(추정가격 523억원)’는 아직 발주되지 않은 상태다. 같은 시점 계약요청을 의뢰한 ‘빛그린 국가산단 진입도로(광주방면) 건설공사(496억원)’은 지난달 말에나 입찰공고가 나왔다. 계약요청에서 공고까지 만 5개월이 소요된 셈이다. 또 지난 3월 발주 예정이었던 ‘서울대학교 간호대 이전 및 공대(31,31-1,32동) 통합 재건축공사(694억원)’ 역시 지난달 21일 입찰공고를 냈다.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조달청으로 계약 집행이 이관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 발주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공공시장에서 기댈 구석은 LH가 유일한데 조기 대선 영향으로 눈치를 보는 건지 입찰 행정이 여간 느린 게 아니다”라며, “연초만 해도 LH에서 올해 역대 최다 발주를 홍보하며, 상반기 중 59% 집행을 약속하더니 여태까지 발주가 9건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앞서 LH는 올해 역대 최대 수준인 약 17조8000억원 규모의 공사 발주를 약속했다. 특히 300억원 이상 주택사업 종심제만 51건·8조7610억원 발주를 예고했고, 이 중 59%를 6월까지 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조달청 나라장터에 올라온 주택사업 종심제 입찰공고는 9건에 불과하다. 예고했던 물량의 절반도 소화하지 못한 셈이다. 특히 지난 5월 LH에서 조달청으로 넘어온 신규 계약 요청이 전무해 상반기 조기집행 약속은 헛된 구호로 끝났다.

업계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작년 LH 종심제에서 ‘브로커’에 의한 입찰 교란 행위조사가 진행돼 입찰 일정이 연기된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 중견사 임원은 “지난 2월 LH가 의뢰한 공정위 조사가 5월에 진행되다 보니 조달청과 LH 모두 입찰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조사 결과가 조속히 나오지 않으면 작년처럼 10월에 밀어내기식 발주가 진행될까 두렵다”고 전했다.

한편, 이달 조달청이 발주할 시설공사 중 최대어는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의 ‘부산도시철도 하단~녹산선 건설공사(1조2813억원)’다. 부산시 하단오거리~녹산산업단지 6번 신호등교차로일원에 총연장 13.470km의 도시철도를 건설하는 공사로, 도시철도 공사 특성상 사업성이 좋지 않아 유찰이 예상된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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