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전남 여수산단내 화학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나 6명이 숨지고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대림산업 유화부문의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공장에서 사일로 안에 있던 분진에 용접 불꽃이 옮겨붙어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이번 사고는 다른 측면에서도 관심이 집중됐다. 인명사고로 인해 대림산업이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을 받을 지 여부였다.  현행 국가계약법상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보건조치를 소홀히 해 근로자가 사망할 경우 부정당업자로 지정, 인원 수에 따라 6개월에서 1년6개월까지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 사망자가 6명으로 규정대로라면 1년간 공공입찰을 못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대림산업 관계자는 “여수 폴리에틸렌 공장은 제조업으로 분류돼 부정당업자 제재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혀 다른 업종에서 발생한 인명사고 등으로 인해 부정당업자 제재 여부를 검토해야 하는 것은 현행법이 동일 법인, 동일 대표에 대해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법인이 달라도 해당 제재를 받은 대표가 다른 법인으로 옮겨가면 새 법인도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게 된다.  기획재정부 계약제도과 관계자는 “법인의 경우 해당 법인은 물론 대표자에 대해서도 부정당업자 제재 조치의 효력이 적용된다”며 “부정당업자 제재 조치를 받은 대표자를 사용해 그 대표자가 입찰에 관여할 때도 입찰참가자격이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부정당업자 제재는 합병이나 양도 시에도 그대로 승계된다. A사가 부정당업자 제재 기간 중에 B사와 합병하면 합병회사 역시 똑같이 제재를 받는다. C사가 전기공사와 관련해 부정당제재를 받은 후 제재기간 중 소방면허를 보유한 D사에 전기공사업면허를 양도한 경우에도 D사에 제재 효력이 미친다.  부정당업자 제재는 건설산업기본법, 전기공사업법, 정보통신공사업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건설기술관리법, 산업안전보건법, 전자서명법 등에 근거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부정당업자 제재의 효력범위가 과도하게 넓어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관계자는 “부정당업자 제재는 당해 사업과 관련한 발주청에 한해 처벌토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 역시 “부정당업자 제재 효력범위를 계약당사자가 아닌 다른 발주기관까지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처벌이다”고 말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면허나 발주처, 대상 사안에 관계없이 법인에 대해 전 공공기관 공통으로 제재처분이 가해지는 것은 건설사에겐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며 “대기업일수록 다양한 사업장과 많은 고용인을 두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대기업에 불리한 가혹한 제도”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