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건설공사 보험료를 턱없이 높게 책정해 건설사들을 상대로 손쉬운 돈벌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금융권 탐욕에 대한 비판이 커진 가운데 국내 건설산업 장기 침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 배만 불리는 국내 보험사 탐욕도 심각한 수준이란 지적이다.
3일 건설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04-2008년) 건설공사(건축·토목 공사)보험 손해율은 41.8%에 그친다. 플랜트 및 구조물 설치·조립 공사 등에 대한 보험인 조립보험의 손해율은 이 보다 더 낮은 23% 수준이다.
손해율이란 보험료 중 피해자에 지급한 보험금 비율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손해 보험사의 손해율은 70~80%가 적정 요율로 인식된다. 손보사들은 작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0%를 넘었다며 보험료를 일제히 인상하기도 했다.
자동차보험 등에 비하면 건설공사 보험은 손보사들에 꾸준한 이익을 안겨주는 ‘황금알 상품’인 것이다. 건설공사보험 시장점유율을 보면 삼성화재가 1위이며, 현대해상 LIG손해보험 동부화재 메리츠화재가 뒤를 잇는다.
건설보험공사에 대한 손해율이 크게 낮은데도 보험료는 요지부동이다. 보험료를 인하해 경쟁하려는 움직임 조차 없다. 건산연은 보험사들이 적정 손해율인 70%만 유지해도 지금의 보험요율을 40%까지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험료 인하에 궁색한 데 대해 보험사들은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로부터 보험 요율을 구득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2000년 이후 손해보험사들의 가격과 재보험이 자유화돼 원수 보험사가 코리안리를 거치지 않고 자유롭게 해외 재보험사에서 보험 요율을 구득할 수 있지만 국내 보험사들은 코리안리로부터 보험요율을 구득, 시공자에 제시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보험사들은 주식회사로 운영되는 만큼 주주몫인 이익을 늘려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항변한다. 보험사들은 수익의 상당부분을 계열사나 사주 등에게 배당으로 나눠주고 있다. 증시에 상장된 보험사 중 지난해 배당을 한 회사는 9곳이었고, 이들의 평균 배당성향은 26.02%다.
이의섭 건산연 연구원은 과도한 보험요율 해법으로 “보험감독 당국의 요율 인하에 대한 감독과 함께 코리안리가 실질적으로 독점하는 재보험 형태를 개선하고자 하는 정책 당국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감독 당국은 민간 보험료가 자율화돼 인위적 요율인하는 어렵다고 말한다.
보험사들의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가 도를 넘자 건설공제조합은 내년 4월쯤 건설공사보험과 유사하면서 보험요율을 내린 ‘보유공제’를 도입, 보험사들과 본격 경쟁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건설공사보험은 공사 착공부터 완성까지 전 기간에 걸쳐 공사 현장에 발생하는 사고로 인해 공사물건(본공사 목적물, 가설공사) 및 시공자 재산에 끼친 손해를 담보하는 보험이다. 지난 94년 조달청 대형 공사를 시작으로 정부 및 지자체에서 발주하는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대상공사와 설계·시공 일괄입찰, 대안 입찰 공사에 대해 보험가입이 의무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