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정석한 기자] 최근 건설산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추세는 바로 ‘리포지셔닝(Re-positioning)’이다.

리포지셔닝은 제품, 개인, 정당, 브랜드, 국가 등이 낡고 힘이 없어졌을 때 본질적인 속성을 변화해 매력도를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리포지셔닝을 진행하게 되면 수요자와 대중은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인식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건설산업의 리포지셔닝이 가장 드러나는 분야는 바로 ‘에너지’다. 토목, 건축 등 전통적인 분야의 수주에서 벗어나 에너지 분야로 진출하면서 지속가능한 경영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다.

우수한 신인도와 보유자산을 기반으로 자금조달 역량을 가진 대형사가 좀더 적극적이다.

국내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미래성장 부문으로 에너지 솔루션을 정했다. 탄소저감 기술을 개발하고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는 포부다.

토목분야 맏형으로 불리는 현대건설은 탄소 포집ㆍ활용ㆍ저장(CCUS) 분야에서 핵심기술 상용화에 나서고, 플랫폼 기반의 신재생에너지 전력중개거래사업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은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에 발맞춰 육ㆍ해상 풍력발전, 연료전지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에 발을 담그고 있다. GS건설은 수처리, 모듈러에 이어 폐배터리를 신사업 중의 하나로 지목하고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2차전지ㆍ저탄소 등 그룹의 신사업 추진을 지원하고, 해상풍력의 경쟁력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대형사 대비 포트폴리오의 폭은 제한적이지만 중견사 역시 에너지에 발을 담그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동부건설은 육상ㆍ해상 태양광과 해상풍력을 신사업으로 내걸었다. 남광토건은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경영의 일환으로 폐기물 관련 개발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동양건설산업은 경기도 남양주에서 세계 최초로 연료전지 공동주택 보급사업을 추진한 경험을 기반으로, 이 분야 진출을 확대하기로 했다. 코오롱글로벌의 경우 육ㆍ해상풍력이 자사의 대표적인 포트폴리오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추세는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몇년 전부터 건설업체들은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에너지를 비롯한 각종 분야로의 진출을 시사해왔다.

그럼에도 올해 리포지셔닝이 특히 눈에 띄는 이유는 고금리, 고물가 등 건설산업을 둘러싼 거시경제 환경이 좋지 않아 장기적인 수주가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가 크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각종 안전사고로 인해 건설산업 이미지 역시 추락하고 있다. 이는 젊은 인력의 유입 감소로 이어져 건설산업 자체가 늙어가는 것을 피해갈 수 없다.

즉 수요자와 대중에게 완전히 새롭게 다가가기 위해선 단순히 토목, 건축이 아닌 다른 분야로 진출을 통해 리포지셔닝이 필요한 것이다.

향후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체가 아닌, ‘건설+에너지기업’ 등으로 인식되며 리포지셔닝이 성공하기를 기대해 본다.

정석한 기자 job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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