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공사의 공사비 산정을 놓고 국가조달 창구인 조달청과 지자체 중 최대 규모의 발주기관인 경기도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조달청은 민간과 활발히 소통하며 가격을 신속하면서도 정확하게 분석·조정하고 있는 반면 경기도는 재량권을 내세우며 공사비 절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국민안전이 최우선 가치로 떠오른 가운데 조달청과 경기도의 상반된 행정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조달청과 경기도는 ‘공공공사 공사비’를 올 하반기 정책 시험대에 나란히 올렸다.
그런데 공사비를 대하는 자세는 조달청과 경기도가 사뭇 다르다.
우선 조달청은 정부공사비 신뢰도 제고에 정책방향의 초점을 맞췄다.
조달청은 대한건설협회 등 건설분야 협회 7곳, 물가조사기관, 공사비 관련 연구기관, 건설업체 등과 머리를 맞댔다.
‘정부공사비 민관협업전담팀’을 가동해 가격조사를 합동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함께 검증해 시장가격을 정부공사비에 반영할 계획이다.
품셈 등 단가산정 기준이 없는 탓에 발주기관의 임의적인 가격 삭감 타깃이 되는 재료나 공법의 적정가격 산정을 위해 시장시공일위대가 대상을 확대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시장시공일위대가는 길이나 면적단위에 소요되는 재료, 노무량을 산식으로 만들어 공사비를 산정하는 것을 말한다.
조달청은 올 들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원자재 동향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그동안 건설 관련 협회에서 필요에 따라 자료를 제공받았는데, 물가조사기관을 포함해 여러 기관에서 매월 원자재 동향을 제공받고, 신속·정확한 가격 분석·조정 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조달청은 내년에 적용할 간접공사비 결정 때 기존 완성공사 원가통계 분석 결과에 공사현장 실태조사 결과를 반영하기로 하고, 대상 확대, 표본추출방식 개선 등 실태조사도 고도화하기로 했다.
또한 지난 상반기 구축한 온라인 소통창구를 활용해 자재가격은 물론 공사비 산정 전반에 대한 소통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경기도는 지방계약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재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경기도는 100억원 미만 공공공사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기 위한 조례 개정이 시의회에서 가로막히면서 법 체계의 빈틈을 찾아 표준시장단가 적용 효과를 내는 작업을 추진했다.
표준시장단가와 표준품셈으로 예정가격을 모두 산출한 후 그 차액 만큼을 일반관리비율 등 재량항목에서 감액해 발주하는 방식이다.
지방계약법은 지자체장이 원가계산에 의한 예정가격 결정 때 일반관리비율 6% 이내에서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여기에 표준시장단가와 표준품셈 간 차액을 적용해 공사비를 감액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조달청과 경기도의 서로 다른 공사비 접근론과 건설현장 안전의 상관관계다.
광주 붕괴참사 등 건설현장의 잇단 사고는 적정 수준의 공사비를 보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공사비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적정공사비를 확보하더라도 건설현장의 사고를 100% 막을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재량을 앞세운 경기도의 공사비 감액은 건설현장의 사고로 인한 도민안전의 위험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조달청은 공공공사의 경우 생산체계가 복잡하고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만큼 참여자 모두가 제역할을 하고, 그에 맞는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만 최고가치 구현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경기도는 재량권을 활용해 사실상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는 효과를 내 공사비를 절감하는 것은 ‘행정의 전환’이라는 입장이다.
공공공사비를 놓고 조달청과 경기도의 접근방법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국민안전을 더욱 분명하고,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 정책방향은 어느 쪽일까.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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