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이 연이은 노조 리스크에 가동을 멈추고 있다.

 

양대노총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돌입한데 이어, 레미콘 등 건설기계 운송노동자들도 총파업을 선포하고 나섰다.

 

각각 안전이나 기계수급 문제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그 이면에는 부동산 불안 여론을 볼모로 제 밥그릇만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9일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건설노조)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레미콘 수급조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및 전국 동시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결의대회는 서울시청, 경기도청, 인천시청, 강원도청, 충남도청, 전북도청, 대전시청, 충북도청, 광주시청, 대구시청, 울산시청, 부산시청, 경남도청 등 전국 각지에서 벌어졌다.

건설노조는 이날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 유지를 촉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09년부터 건설기계 수급조절 위원회 심의를 거쳐, 영업용 건설기계 등록 대수를 묶어두는 ‘수급조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레미콘은 수급조절 제도가 시행된 2009년부터 현재까지 수급조절 대상에 포함돼 영업용 차량을 늘릴 수 없다. 그 기간은 오는 7월 31일까지로, 이후부터는 현재 가동중인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 결정에 따르게 된다.

수급조절 제도에도 불구하고 레미콘 차량은 계속 증가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레미콘 등록 대수를 보면, 2009년 총 2만3036대(자가용 2254대 영업용 2만782대)였던 차량 대수는 2020년 2만6147대(자가용 3649대 영업용 2만2498대)로 늘었다.

 

노조측은 “차량 대수가 증가하며 제조사들은 많은 이익을 냈지만, 레미콘 운송기사 기준보수는 2009년에서 15년이 지난 지금도 동일한 225만원에 불과하다”라며 “정부가 현행 건설기계 수급조절을 연장하지 않는다면, 레미콘은 물론, 덤프트럭, 펌프카 등 건설기계 전체 노동자들이 6월말∼7월초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건설노조는 수급조절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로 △덤핑 방지 및 임대료 인상 △일자리 부족 문제 △무경력자의 무분별한 현장 진입 제한 등을 들었다.

반면, 사업자은 수급조절 제도에 대해 “재화의 수요공급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반시장적 규제로, 운반비 급등, 운송 차질 등의 문제를 낳고 있다”고 반발한다.

무엇보다 자가용 트럭의 불법 영업이 늘고, 중고번호판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등 품귀현상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가 300개 중소 레미콘 업체를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1.3%가 출하능력 대비 보유ㆍ계약 중인 레미콘 트럭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특히, 수도권 지역에서는 레미콘 트럭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83.1%에 달했다.

조사 대상 업체 가운데 83.3%는 레미콘 트럭의 신규 차량등록 제한을 풀어주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방식으로는 수급 조절 대상 제외(39.6%), 부족 지역의 신규 등록 허용(31.2%), 한시적인 등록 제한 해제와 시장 분석 이후 규제 적용(27.2%) 등의 순으로 꼽았다.

신규 등록 제한 장기화로 겪은 어려움에 대해서는 운반비 급등(74.3%)을 가장 많이 들었다.

그 외에 ‘운반사업자의 운송기득권 기반 과한 요구(운반비외)’(55.7%), ‘차량부족에 따른 운송차질’(50.7%)도 과반수 이상이 겪었던 애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노조의 연이은 이권 투쟁으로 인해 전국 건설현장은 비상이 걸렸다.

 

단기간 파업은 대체 작업을 진행하며 견뎌낼 수 있겠지만, 노조가 분과별로 돌아가면서 파업을 일으키게 되면 공사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전국 512개소 현장에서는 타워크레인 노조의 파업으로 1718대의 타워크레인이 멈춰선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분기부터 주택 인ㆍ허가와 착공 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며 공사가 본격적으로 진도를 뽑아야 할 시기인데, 노조가 발목을 잡는다면 정상적인 공사 수행이 어려워진다”라며 “자재값 상승에 이어 인건비 부담까지 더해지는 등 경영 환경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데, 정부가 경영 환경 안정화를 위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건설노조가 안전이나 수급, 종사자 처우 등을 부각시켜 파업의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결과적으로는 위기극복을 위한 상생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부동산 문제로 갈길 바쁜 정부와 업계를 압박하며 잇속을 챙기려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김희용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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