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

 

26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가  정재희(안전생활실천연합 대표)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고 있다./ 안윤수기자 ays77@

 

중처법 시행에 따른 현황과 한계점 등 명확…전문가, 수사상 어려움에 대해 한목소리로 개선 촉구
근로감독관 업무 부담감소, 산안법령 체계 정비 등 50인 미만 확대 적용에 대비한 실질적 대책 마련 필요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1년에 들어선 가운데 무리한 법 집행에 따른 한계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부에서도 문제점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26일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가 개최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 현황 및 과제’ 토론회에서는 정부 관계자 및 전문가들이 참석해 이러한 의견을 제기했다.

토론회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 1년을 맞이해 그간의 경과를 돌아보고,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 강화 및 기업의 안전 투자 촉진을 위한 중대재해처벌법의 향후 개선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고용노동부 권기섭 차관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법 적용 대상 기업의 중대재해 사망자 수는 오히려 법 적용 전보다 8명 증가했다”라면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인력 보강이나 예산 투자보다는 경영책임자 처벌을 피하기 위한 법률 컨설팅 수요가 확대됐고, 의무이행을 위한 광범위한 서류작업에 치중하고 있다”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2024년부터 50인 미만 기업으로 법 적용이 확대됨을 고려할 때 법 이행 및 집행과정에서 나타난 한계와 문제점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중대산업재해감독과 강검윤 과장은 “무너짐, 화재ㆍ폭발 등 다수 인명사고가 유발될 수 있는 대형사고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기인물별로는 단구 및 개구부, 크레인, 지게차로 인한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법 시행 이후에도 정작 일선 현장에서는 위험요인에 대한 발굴 및 개선이 아직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강 과장은 “기소 송치된 34건의 사건을 분석한 결과, 28건이 유해ㆍ위험요인 확인ㆍ개선하는 절차 마련 및 점검 의무(시행령 제4조제3호)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제자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수사상 어려움에 대해 한입을 모았다.

강 과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지난해 수사에 착수한 총 229건의 사건 중 52건(22.7%)의 사건을 처리했으며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성룡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송치까지 평균 약 9개월을 넘기고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근로감독관의 업무부담이 매우 커지고 있고, 현장에서는 높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로펌이나 고문변호사의 고용 등을 통해 수사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거나, 무조건 혐의를 부인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라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재 수사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김 교수는 “산업재해치사죄는 부작위범, 중한 결과 발생을 요구하는 결과범이라는 점에서 △광범위한 정황증거ㆍ간접증거의 수집 △사업장 고유의 위험요인 및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필요한 구체적 의무 내용의 확인 △동종ㆍ유사 사업장의 평균적 인식과 비교한 이행 노력을 판단해야 하는 등 어렵고 복잡한 범죄 수사영역이다”라며 수사가 장기화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고 재판 결과도 늦어질 것으로 예상됨을 고려할 때 형사처벌 수준을 높여 산재를 예방하려는 철학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의 향후 개선과제도 함께 제시했다.

전형배 교수는 “경영계는 운용 가능한 자율안전관리체계의 모델을 만들어 적극적인 실행 태도를 보여야 하며, 노동계는 기대한 수준의 엄벌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라며 “행정의 측면에서는 사후적 수사보다는 감독관이 현장에 나가 위험ㆍ유해 작업을 사전에 중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노사정 모두의 노력을 강조했다.

전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선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작년에 발표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고려할 때 현재 9+4개로 구성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의 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라며 “산안법을 통해 일반 중대재해를 처벌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은 그중 상습ㆍ반복, 다수 사망사고를 가중처벌하는 등 산업안전법령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성룡 교수는 “근로감독관 업무부담 감소와 오는 2024년 50인 미만 확대 적용에 대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고,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을 대가로 한 이익은 허용할 수 없다는 원칙 위에 경제적 제재의 방법을 검토하는 것 또한 백안시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토론회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을 참고해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의 논의를 거쳐 상반기 내에 구체적인 중대재해처벌법령의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희용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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