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활력 보강’을 키워드로 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 가운데 공공·민자시장에선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 제시한 공공·민자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시공사 선정을 마친 후 착공 대기 중이거나 이미 주인을 찾아나선 사업들이기 때문이다.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담기지 않더라도 이들 프로젝트의 추진은 기정사실화된 만큼 결국 새로운 먹거리는 없고, 투자 실적 부풀리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공공·민자 프로젝트들을 대거 포함했다.

정부가 내세운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광명~서울 고속도로 (1조8000억원)△신안산선 복선전철(3조4000억원) △평택~익산 고속도로(3조7000억원) △양평~이천 고속도로 등이다.

이 중 재정사업으로 추진되는 ‘양평~이천 고속도로’는 이미 낙찰자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달 설계금액 2044억원 규모의 ‘고속국도 제400호선 양평~이천간 건설공사 제4공구’를 실시설계 기술제안 방식으로 입찰에 부쳤다.

대우건설과 태영건설, 남광토건이 각각 대표사 자격으로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이어 고속국도 제400호선 양평~이천간 건설공사 제1공구(1749억원), 제2공구(1602억원), 제3공구(1842억원)를 종합심사낙찰제 방식을 적용해 입찰공고를 냈다.

‘광명~서울 고속도로’, ‘평택~익산 고속도로’, ‘신안산선 복선전철’ 등은 이미 오래전 민간사업자 선정을 마친 민자사업들로 실시계획 승인 또는 착공만을 앞둔 상태다.

‘광명~서울 고속도로’는 지난 2007년 코오롱글로벌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고, 평택~익산 고속도로와 신안산선은 지난 2015년과 작년에 각각 포스코건설을 우선협상자로 낙점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민자사업을 필요악으로 규정하며 지지부진을 거듭했다. 경기 침체의 늪이 깊어지자 민자사업 활성화 카드를 내놓으며 다시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신규물량 발굴이 없어 민자사업 활성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올 1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라는 타이틀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한 사업들도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선 겨우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수준에서 반영됐다.

정부는 철도·도로 사업은 올해 예산으로 기본계획 수립을 우선 추진하고, 공항 등은 내년 예산에 반영하고선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고 했는데, 예타 면제 사업 선정 때에 비해 한발도 나아간 게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얼핏 보면 이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적지 않은 공공·민자 프로젝트들이 신규 추진되는 것처럼 느껴진다”면서 “그러나 이미 시공사나 사업자를 선정하고, 착공이 예정된 사업들로 신규 사업을 부풀려 보이도록 하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