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숙원 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
고등어 유통량 80% 차지 '특성'
공사 중 위판업무 지속계획 짜고도
공기 연장은 무시...무응찰로 유찰
증액여력 없고, 악성 실행률로 외면
2023년 12월 부산공동어시장의 고등어 위판 모습 / 사진: 연합 |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12년 가까이 끌어온 부산지역 숙원 사업인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이 고등어 때문에 유찰됐다. 전국 고등어 유통량의 80%를 책임지는 이 시장의 특성이 공사비에 반영되지 않아 입찰 참여를 검토했던 건설사들이 모두 등을 돌렸다.
19일 조달청에 따르면 지난 18일 실시설계 기술제안입찰 방식인 이 사업이 무응찰로 유찰됐음을 알리는 공문을 부산시로 보냈다.
조달청은 “긴급입찰로 진행할 만큼 시급성을 요했던 사업으로 분류했는데, 사업 초기부터 공사비가 부족하다는 소문이 돌더니 결국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를 신청한 건설사가 한 군데도 나타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유찰 소식을 접한 부산시는 이날 긴급회의를 갖고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부산시는 지난 10월 말 올해로 61년 된 부산공동어시장을 현대화하기 위한 건설공사를 이달 착공해 오는 2028년 준공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 사업은 부산시 서구 남부민동 어시장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6만1971㎡ 규모의 건물을 짓는 것으로, 기획재정부로부터 물가 상승분 555억원을 반영해 총사업비를 한 차례 증액한 뒤 올해 77억원을 추가로 증액한 바 있다. 총사업비 2361억원(국비 70%, 시비 20%, 어시장 10%) 중 공사비(추정금액)는 약 1784억원이다.
부산시는 총사업비 증액이 확정되자 2012년 박근혜 정부 공약에 포함된 지 12년 만에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의욕적으로 건설사 선정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15일까지 PQ 신청서를 제출한 건설사는 한 군데도 없었다. 무응찰로 유찰된 셈이다.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사업 계획안 / 이미지: 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 |
애초 참여를 검토했던 건설사 3군데 모두 포기한 이유는 ‘고등어’ 때문이다.
부산공동어시장은 1963년 개장한 이래 61년 간 국내 고등어의 80%, 국내 수산물의 30% 가까이 유통을 책임지는 국내 최대 어시장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어시장을 구성하는 5개 수협과 중도매인은 공사기간 동안 위판 업무에 지장을 주지 말 것을 시에 요구했다. 공사 과정에서 위판량을 다른 지역으로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부산시 역시 지역 상권을 고려해 공사를 1~3단계로 나눠 시공 중에도 나머지 3분의 2구역에서 기존 위판 업무를 이어갈 수 있도록 사업계획을 짰다.
문제는 부산시가 공사를 3단계로 나눠 진행하도록 했으면서도, 정작 공사기간 연장은 외면했다는 점이다.
현재 부산시가 책정한 공기는 39개월, 건설업계가 추정하는 공기는 최소 50개월이 넘는다. 특히 위판장의 부지 특성상 육지와 접한 한쪽 면에서만 공사를 할 수 있어 장비와 인력 이동에 추가로 제한을 받는 구조다.
또 공기가 연장되면 공사비도 연동 증액되어야 하는데 이미 기획재정부와 협의 과정에서 기존 총사업비의 9.1%까지 증액한 만큼 추가 증액 여력이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증액분이 10%를 넘어서면 기재부의 총사업비 심의를 처음부터 다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지역 건설사 대표는 “부산공동어시장 시설은 이미 낡을 대로 낡아 대형선망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는데도 시장 위판매인들이 부산시에 무리한 요구를 하며 발목을 잡고 있다”며 “지금의 기회를 잃으면 앞으로 공동어시장 상권 부활은 요원하다. 공기를 줄일 수 있도록 협조하고, 부산시도 건설사에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찰 참가를 검토했던 A사 관계자는 “부산시가 사업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현재의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 실행률 ‘악성’ 사업을 수주할 여력이 없다”고 털어 놓았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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