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억원'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연구동, 10월 최초 공고서 8곳 개찰 참여

적격심사 통과업체 한 곳도 없어… 사업성 부족탓에 수주 포기한 듯

 

“169억원(추정금액 기준) 규모 공사에 30억원 적자라는 게 말이 되나…. 발주기관 입장에서는 낙찰자 선정에 성공하면 원가 절감이 되겠지만, 멋모르고 수주한 건설업체는 자칫 부도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공공기관이 버젓이 이런 입찰을 강행하고 있다. 시장통 야바위꾼의 행위와 다를 게 무엇인지 묻고 싶다.”

A사 견적부장은 최근 조달청의 나라장터에 올라온 적격심사낙찰제 대상공사의 입찰공고문을 보고 분통이 터졌다. 지난 10월 입찰공고됐던 공사인데, 당시 검토했을 때 30억원가량 적자가 불가피해 입찰참여를 포기했었는데 공사비는 그대로인 채 입찰참여 문턱만 낮춰 다시 입찰공고가 됐기 때문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양산부산대병원은 추정금액 169억원 규모의 ‘의생명연구동 건립공사’를 지난 14일 입찰공고했다. 이 공사는 양산부산대병원 내 1만2004㎡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8층 규모의 교육연구시설(연구소)을 건설하는 게 골자다.

양산부산대병원은 이 공사를 지난 10월19일 최초 입찰공고하고 낙찰자 선정에 나섰다. 그러나 가격개찰 후 적격심사 통과업체가 단 1곳도 없어 다시 공고한 것이다.

최초 입찰공고문에서 양산부산대병원은 입찰참가자격으로 ‘최근 10년간 단일 공사규모 기준으로 클린룸 1000㎡ 이상이 포함된 6000㎡ 이상의 건축물 준공실적’을 요구했다.

이런 높은 문턱 때문에 11월16일 집행된 가격개찰에는 단 8곳만 참여했다. 투찰률은 예정가격 대비 81∼89% 수준이었다. 하지만 적격심사 과정에서 단 1곳도 기준점수인 92점을 넘지 못해 낙찰자 선정에 실패했다.

즉 표면상으로는 적격심사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업계 과실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는 이 공사의 경우 30억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는 등 사업성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어서 적격심사 대상에 오른 업체들이 스스로 수주를 포기한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얘기한다.

실제로 한 업체가 이 공사의 설계내역을 분석해 보니 낙찰금액이 160억∼170억원 정도는 돼야 적자를 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적격심사제 대상공사의 경우 일반적으로 다수 입찰참가사가 참여해 낙찰률은 낙찰하한율(이 공사는 예가 대비 81.595%) 근처까지 떨어진다.

낙찰하한율에 근거한 낙찰하한금액은 135억원 수준. 이 금액으로 수주할 경우 30억원 이상의 손해를 볼 우려가 있는 셈이다.

B업체 견적부서 관계자는 “당시 가격개찰에서 예가 대비 89% 투찰도 나오는 등 웬만하면 적격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됐는데, 통과사가 단 1곳도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입찰참가사들이 가격개찰 후 실행률을 분석한 결과, 적자가 눈에 보듯 뻔한 상황이어서 스스로 포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양산부산대병원이 이 공사를 새롭게 공고하면서 입찰참가자격을 건축공사업 등록업체로 넓혔다는 사실이다. 추정금액은 169억원으로 이전과 동일하다. 내년 1월4일 가격개찰이 예정된 가운데, 업계는 입찰참가 가능업체가 200∼300곳으로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C업체 영업부서 관계자는 “적격심사제이다보니, 사정을 모르는 업체가 낙찰예정사로 걸릴 가능성이 있다. 낙찰예정사는 계약을 포기할 경우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꼼꼼하게 실행을 검토한 후에 입찰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양산부산대학교병원 관계자는 “클린룸 실적을 보유한 업체가 너무 적다는 지적이 있었다. 때문에 건축공사업 전체로 문턱을 낮춰 새로 공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석한기자 job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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