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심사제, 물량내역수정입찰제 놓고 정부 업계 시각 엇갈려
“시공품질 향상이 목표다”, “결국 공사비 삭감으로 이어진다”
동일한 제도를 놓고 정부와 업계의 시각이 정반대로 갈리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행정안전부가 입법예고한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에 계약심사 근거규정을 신설했고, 이에 대해 업계는 부당한 공사비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계약심사제는 효율적인 재정운영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공사, 용역 등의 사업에 대해 사전에 예산낭비 요소를 제거하고 시공품질 향상을 위해 원가산정, 설계변경 등의 적정성을 심사하기 위한 제도다.
2008년에 처음 도입됐고, 지난해 시ㆍ군ㆍ구 기초지자체로 전면 확대됐다.
지금까지 계약심사제는 행정지침적 성격을 가졌지만 이번에 시행령에 근거가 신설되면서 법적 효력을 갖게 됐다.
업계는 계약심사제가 발주기관의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공사비 삭감에 활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공사 계약을 적정성을 평가하는 제도를 마련해 시공 품질을 높이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예산 절감이라는 실적 위주로 제도가 정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제도가 전면 시행된 지난해 전국 147개 지자체는 총 16조8236억원의 사업을 심사해 1조1616억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특히, 기초 지자체의 계약담당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된 심사가 가능하겠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행안부에 따르면 2009년 계약심사를 실시하는 지자체 가운데는 1~2명의 담당자가 계약 업무를 전담하는 곳도 상당수 있었다.
행안부는 지방계약 조직 통합 작업을 통해 계약담당 인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을 표하는 시각도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를 깎는 형태의 계약심사제도는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적정성 심사에 건설업계도 참여하는 등 운영방식을 개선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계약담당 공무원의 자의적 삭감을 방지하기 위한 이의제기 방안 마련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행안부에 제출한 상태다.
이에 대해 행안부는 계약심사제가 예산삭감 목적이 아니라 시공 품질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업계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아울러 계약심사제가 계약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인 만큼 경우에 따라 심사요청금액보다 증액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도입 초기에는 예산 절감에 초점이 맞춰지겠지만 입찰 능력이 상향되면 삭감률은 떨어질 것이며 오히려 증액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량내역수정입찰에 대해서도 업계는 낙찰률 저하와 함께 업계 부담만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행안부는 세부적인 적용기준이 없어 조달청 기준을 준용하고 있는 물량내역수정입찰제 기준을 마련해 적용할 계획이다.
업계는 건설업계의 견적능력 향상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최저가공사보다 낙찰률이 떨어지고 있다며 폐지 건의서 제출 등 반대의견을 분명히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