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을 꼽으리면 아마 대한건설협회 김재서 산업본부장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건설산업 제도부문 한 가운데서 종합건설업계 입장을 대변하느라 하루 해가 짧을 지경이다. 건설산업기본법과 하도급법, SOC와 주택법령 외에도 건설업 규제개선사업과 공생ㆍ상생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본지는 창사 25주년을 맞아 제일 먼저 김재서 본부장을 만나 종합건설업계의 현안사항을 들어봤다. 김본부장은 요즘 14건이나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하도급법 개정안이 특히 신경쓰이는 눈치다.<편집자 註>
- 하도급법 개정안이 무더기 의원입법 발의됐습니다. 지난 5월30일 이후 현재까지 총14건이나 됩니다. 일단 비슷한 내용이 중복된 것도 많습니다. 알기쉽게 정리를 해주시죠.
△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최대 10배까지 늘리고, 부당결제 청구 금지와 서면계약서 미교부 행위, 납품단가 인하행위 등 까지 책임 사유를 확대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확대 내용이 가장 많습니다. 또 원사업자가 발주자로부터 선급금·준공금·기성금을 받을 때는 하도급 지급 기일을 현행 15일에서 7일로 단축하고, 하도급법 상습 위반자에 대한 부정당업자 제재(입찰참가 제한 6개월∼3년이하)를 신설하며,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의무화, 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 분쟁조정시 하도급자가 조합에 조정권한 위임, 하도급계약시 수급사업자의 의사에 반한 특약 설정 금지 등이 포함되어있습니다.
- 부당 단가 인하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가하자는 내용이 가장 많군요. 의원들이 원도급자가 하도급 금액을 부당하게 깎는 행위가 그 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여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대한 대한건설협회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 ‘징벌적 손해배상’은 다수의 의원이 발의했고 또 양당이 대선공약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은 18대 국회에서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및 민법상의 손해배상책임원리 위배, 거액의 배상을 기대한 소 남발 우려, 과중한 배상액으로 인한 기업활동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 등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반사회적 행위로 볼 수 있는 기술자료 탈취ㆍ유용행위에 대해 한정하여 제한적으로 도입된 제도입니다. 신중한 검토 없이 징벌적손해배상 사유 및 범위를 무조건적으로 확대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하도급 지급 기일 단축 등 기타 내용들은 어떻습니까?
△ 강창일의원이 발의한 하도급대금 지급기일의 단축(60일→40일) 및 하도급대금 법정지급기일 단축(15일→7일) 등도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 지급을 위한 통상적 행정절차를 고려하지 않은 내용으로 도입시 원도급자 일방에게 너무 과도하게 부담을 줄 수 있는 개정안 입니다.
그리고, 노웅래, 노회찬의원 등이 발의한 ‘하도급계약서 사용의무화’도 기본적으로 하도급거래는 사인간의 거래이므로 계약서의 사용강제는 사적자치의 원칙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또 민사법의 기본원리인 계약자유의 원칙 중 계약내용 결정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며, 무엇보다 개별기업의 경영여건과 시장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 그렇다면 상생ㆍ공생을 위해서 하도급법이 어떤 방향으로 개정돼야 할까요?
△ 최근 건설산업은 공사물량의 지속적 감소와 내수경기 침체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 바람과 약자보호라는 사회적 분위기속에 하도급자만을 위한 법안발의가 이루어지고 있어 원도급자는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건설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원도급자의 대부분이 중소건설업체들 입니다. 발의된 하도급법이 입법화 될 경우에는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원도급자에게 지나친 부담을 가져올 수 있고, 소규모 민간공사를 위주로 하는 중소건설업체들을 법위반자만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습니다.
하도급법령의 제정취지나 목적대로 하도급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공ㆍ민간발주공사에 대한 원도급자의 대금확보 방안이 선행되어야 하며, 실질적 건설취약 계층인 건설근로자 및 2차 협력사인 자재·장비업자의 보호 방안 또한 마련돼야 합니다.
- 민간발주공사의 대금확보 등 불공정사례는 현재 부각되고 있는 이슈입니다. 어떤 문제점이 있습니까?
△ 공사물량이 없어 대부분 건설업체는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따라서 민간공사를 한건이라도 수주하기 위해서 업체들은 다소 부당한 특약조건이 있더라도 기업유지 차원에서 감수한 채 도급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최근 도급계약의 부당한 정도가 도를 넘어 횡포에 이르게 되면서 원도급자는 물론 하도급자, 건설근로자, 자재ㆍ장비업자에 이르기까지 그 피해가 사회적 병폐 수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법상 인정된 유치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지체상금이나 계약보증금은 통상 인정되는 공공공사와 비교 2-5배에 이르면서, 발주자의 대금지연 이자는 면제”하거나, “준공금은 공사준공 후 3년 거치 3년내 매년 일정금 분할 상환”한다거나, 지급기한 없이 “몇 회 지급한다”는 부당 특약 등, 이루 말할 수가 없는 지경입니다.
- 어떤 해결 대책이 있을까요?
△ 건설업자가 성실하게 계약을 이행했는데도 공사대금을 못받거나, 당사자간 계약 관계상 일방하게 현저히 불공정한 내용일 경우 적정한 수준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건설업자의 계약이행 보증에 상응하여 발주자에게 대금지급 보증이나 담보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발주자의 불이행시 건설업자가 계약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치를 건산법상 마련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또 설계변경, 물가변동을 인정하지 않거나, 예상하기 어려운 내용에 대해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도급계약의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에는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하는 방안도 심도있게 고려해 봐야 합니다.
또한, 표준도급계약서의 사용을 활성화하고 건설분쟁조정위원회를 상시적, 실효적으로 운영하여 건설분쟁을 사전적으로 예방하는 방안이야말로 건설시장의 첫 단추인 발주자와 건설업자의 관계를 공정한 관계로 발전시켜 건설산업의 공생발전을 앞당기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
- 앞에서 자재·장비업자의 보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도 지적하셨습니다?
△ 정부의‘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추진대책’에 따라 2차 협력사 보호를 위한 하도급법 개정 등이 추진됐으나, 건설분야 자재·장비업체는 하도급법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호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현행 하도급법의 적용대상은 원·하도급자만 해당되어, 건설근로자, 자재·장비업자는 하도급법 적용 대상이 되지 않아 법의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하고, 건설산업기본법 또한 하도급자의 보호 실효성 확보만 강조하는 등 건설근로자, 자재·장비업자는 건설산업의 庶子(서자) 취급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도급자가 원도급자로부터 하도급대금을 지급 받고도 부도 또는 타용도 유용 등으로 자재·장비대금을 체불하는 사례가 빈발하여 건설근로자, 자재·장비업자의 피해가 증대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사현장 점거, 농성 등으로 원도급자는 공기지연, 회사 이미지 실추 및 대금 이중지급 등의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 자재·장비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중인 방안이 있습니까?
△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하도급대금 지급 보호 장치인 하도급대금지급보증제도와 동일하게 건설근로자, 자재·장비업자의 보호를 위해 건설근로자, 자재·장비업자와 계약한 원·하도급자의 임금, 자재·장비대금지급보증제도가 건설산업기본법에 도입되어야 할 것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국토부 공생발전위원회에서 장비대금에 대한 원ㆍ하도급자의 각각 지급보증제도의 도입이 확정(‘12.4.22)되어 건설산업기본법상 건설기계대여금(장비대금) 지급보증제도 도입을 담은 의원입법안이 발의(‘12.9.4)됐고, 기획재정부에서도 계약예규에 자재ㆍ장비대금지급확인제도를 도입(’12.7.9)한 상황입니다.
뿐만아니라 고용노동부도 건설근로자 임금 보호를 위하여 임금지급보증제도 도입하는 건설근로자의고용개선등에관한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12.9.3)했습니다.
따라서, 공생발전위원회에서 확정한 장비대금지급보증제도가 도입되고, 고용노동부에서 추진중인 건설근로자에 대한 원ㆍ하도급자 각각 지급보증제가 도입되면, 자재업자의 보호방안의 문제는 남아 있지만, 건설근로자, 장비업자의 보호방안은 어느 정도 마련됐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이밖에도 중점 추진하고 계신 제도 개선사항이 있습니까?
△ 행정제재처분에 제척기간을 도입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해놓고 있는데, 국토부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고 공생발정위원회에서도 받아들여져서 합리적 개정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행 건산법상 행정제재 중 과징금, 영업정지 또는 등록말소처분에 대해서는 제척기간이 없어 오랜 시간 경과후에도 처벌 가능한 문제를 개선하자는 것입니다.
또한, 현행 제재처분 부과체계는 건산법과 하도급법간 차이로 인해 업체간 불평등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도급 서면계약, 하도급대금 지급, 하도급대금 지급보증 의무 위반 또는 각종 불공정 하도급거래행위 등에 대해 하도급법 적용대상 업체의 경우하도급법 제23조에 따라 ‘거래가 끝난 날부터 3년’의 제척기간이 지나면 조사대상에서 제외되어 시정조치, 과징금 등의 처분을 받지 않으나, 하도급법 적용대상이 아닌 업체인 경우 건산법이 적용되어 기간 제한 없이 시정명령, 과징금 등 처분이 가능한 실정입니다.
하도급법과 건산법은 적용대상에서 차이가 있고 특히, 건산법 적용대상인 대기업간 또는 소규모 업체간 하도급의 경우 하도급법 적용대상인 대기업과 중소업체간 하도급거래보다 규제할 필요성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기간제한도 없이 처분받을 수 있어 불합리합니다.
따라서 하도급관련 위반사항에 대한 행정제재처분의 경우도 3년의 제척기간을 도입하여 민법ㆍ상법상의 소멸시효제도와 조화로운 법제운영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글=최무근 편집국장, 사진=최영익 사진국장>< 저작권자 © 건설산업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