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기타공사 입찰 대수술 예고

동일내역·동가입찰 무더기 발생
'간이형 종심제' 혁신안 나올 듯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건설사의 단순 저가경쟁을 방지하고, 견적 능력을 키우고자 2016년 도입한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가 도입 10년 만에 제도 전면 개편의 기로에 섰다. 특히 동일내역·동가입찰이 무더기로 발생하는 간이형 종심제 구간이 적격심사로 대체되는 등 대형공사 구간 조정에 따른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조달청이 간이 종심제(추정가격 100억∼300억원 미만 적용)와 종심제(추정가격 300억원 이상 적용) 체제 아래에서 브로커 등 입찰 교란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을 감안, 조만간 한국조달연구원에 발주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한다. 연내 제도 개선 방안을 도출하고, 내년 기타 공사 입찰 제도를 전면 개편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과거 300억원 이상에 적용하던 최저가낙찰제가 덤핑 투찰, 부실시공 등 폐해를 유발한다는 비판에 따라 2016년 종심제를 도입했다. 이후 건설사 견적 능력 제고 등 건설산업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2019년 100억~300억원 공사에 적용하던 적격심사제를 종심제(간이형 종심제)로 추가 전환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의 계획과는 반대로 중소 건설사들은 견적 능력을 키우는 대신 견적 대행을 선택했다.

A사 관계자는 “사실상 지난 10년간 정부가 입찰 브로커 및 내역 대행업 시장을 만들어 육성해 준 것”이라며, “입찰 대행인이 100원 단위로 가격을 불러주면 그 범위 안에서 투찰하고, 만들어 놓은 내역서까지 돌려 동일내역 업체까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중소 건설사 대표는“간이형 종심제 입찰에 들어오는 업체 중 70∼80%는 페이퍼 컴퍼니로 추정한다”라며, “기술자도 제대로 보유하지 않은 상태로 회사만 만들어 놓고, 입찰 브로커를 통해 수주를 하면 공사비의 1∼3%는 브로커에 수수료로 떼어주고 불법 하도급을 준다. 부실공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특히 2019년 적격심사제에서 간이형 종심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실적인정 범위를 완화(동일유형공사→동일업종공사, 현장대리인 6개월 재직요건 삭제)한 것도 패착이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제도 도입과 함께 건설업종 통폐합으로 종합건설사수가 2019년 1만3050개에서 현재 1만8818개사까지 늘어난 상황에, 실적 조건 완화까지 겹치니 무분별한 입찰 참여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종심제 평균 입찰자수는 56개사, 적격은 381개사인데, 간이형 종심제는 무려 608개사에 달한다. 이 중 상다수가 견적 대리인이 불러준 가격을 단순 입력해 투찰하거나, 입찰 브로커를 통해 균형가격군(群)을 형성하는 등의 유사 담합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건설사의 견적능력을 키워주겠다는 정부의 취지와 달리 대형공사의 기준을 중소 건설사에 적용하면서 제도 왜곡과 혼선이 발생했다”라며, “최근 건설 물가 변동과 공사 규모 상향에 따른 공사 대형화를 감안했을 때 간이형 종심제 구간을 적격심사로 대체하거나, 종심제 적용을 고난이도 공사로 제한하는 등 여러 제도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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