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작년 건설업 재해조사

사고사망자 276명, 전년비 8.9% ↓
경기침체 탓 현장 줄어든 영향 커
50억미만 현장 줄지 않아 무용론

 

[대한경제=박흥순 기자]중대재해처벌법 무용론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해 중처법이 공사금액 50억원 이하 건설현장에 확대 적용됐는데,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사망자 수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 수는 27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303명) 대비 27명(8.9%) 감소한 것으로, 사고건수도 272건으로 1년 전보다 25건(8.4%) 줄었다.

 

얼핏 보면 중처법 확대 적용 효과로 해석되지만, 공사규모별 사고사망자 수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건설현장에서 사고사망자 수는 27명(22.1%) 감소했다. 사고건수도 25건(21.0%) 줄면서 전체적인 사고 감소세를 이끌었다.

그러나 50억원 미만 중소규모 건설현장에서는 사고사망자 수와 사고건수가 전년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중처법이 지난해 1월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현장에 확대 시행됐지만, 사고 감소에는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특히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건설현장에서는 사망자 수가 오히려 전년 77명에서 지난해 83명으로 7.8% 증가했다.

전체 사고사망자 수가 감소한 것도 중처법 효과보다는 건설경기 침체 탓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착공 동수와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각각 7.5%, 2.3% 줄었다.

최태호 고용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건설업 사고사망자 수는 착공 동수, 취업자 수 감소 등 경기 영향 등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사망자 수의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되지 않으면서 중처법 무용론에 다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중처법은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2022년 1월 50억원 이상 건설현장에 적용된 후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해 1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현장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중처법의 취지와 달리, 시행 이후에도 건설현장의 사고사망자 수가 좀처럼 줄지 않으면서 중처법 실효성에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처법의 과도한 처벌과 방대하고 모호한 의무 규정으로 건설업계가 심각한 경영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중처법의 안전제고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입증된 만큼 법률의 목적을 변경하고, 처벌수준을 관계법령과 비슷한 수준으로 완화하는 등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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