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사흘 사이 삼부토건과 안강건설, 대우조선해양건설 등 중견 건설사 연이어 3군데가 무너지며 발주기관들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올해에만 건설사 5군데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운데 ‘4월 위기설’ 현실화 가능성이 높아지며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국책사업이‘셧다운’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3일 각 발주기관에 따르면 지난 27일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수원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사실이 알려지며 주요 임직원 대상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지난 1월 시공능력평가 58위인 신동아건설과 경남 2위인 대저건설(103위)에 이어, 2월 71위인 삼부토건과 138위인 안강건설과 대우조선해양건설(2022년 기준 83위)이 사흘 사이 연이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중견사 5곳이 일시에 무너지며 발주기관도 상당히 동요한 기색이다.

한 발주기관 고위 관계자는 “급한 대로 긴급회의를 소집했고, 구체적은 대응책 및 현장 상황을 검토해 연휴가 끝난 후 본격적인 대책 회의를 이어갈 방침”이라며, “상황이 상당히 위중하다고 보고 있다. 일부 임원들 사이에서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분위기라는 의견도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작년 건설사 연쇄 부도가 시작됐을 때도 큰 동요가 없던 발주기관들이 비상체제 모드로 전환한 기점은 삼부토건이다.  ‘국내 토목면허 1호’라는 명성에 어울리게, 철도ㆍ도로사업 참여도가 높았던 탓이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국가철도공단이다.

삼부토건이 참여한 공단 사업은  △춘천~속초 철도건설 제3공구 △호남고속철도 2단계 제7공구 △이천~문경 제7공구 등 3개다.

이 중 ‘춘천~속초’ 사업은 현재 공정률이 1.45%에 불가한 가운데 삼부토건의 지분이 무려 40%에 달한다. 공단은 법정관리 인가가 나오는 즉시 공동수급체 주간사인 대보건설(지분 50%) 및 나머지 공동도급사(대양ㆍ지분 10%)와 지분율 조정을 검토할 방침이다.

‘호남고속철도 2단계’는 지분 조정으로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 현재 공정율이 46.6%로 공사가 한창인 탓이다. 특히 삼부토건의 기업회생 절차 신청 후 법원의 포괄적 금지명령으로 인해 장비와 자재, 노무비 등 대금 지급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 때문에 공단은 법률대리인을 포함한 TF를 구성해 현장운영 방안을 수립 중이다. 기업회생절차 진행으로 공기지연이 발생하는 것에 대비한 공사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 외 ‘이천∼문경’은 공정율이 99.7%로 열차운행과 관련 없는 잔여공사를 진행 중이어서 삼부토건 여파는 받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신동아건설로 인한 타격이 가장 크다.

LH가 신동아건설과 도급계약을 체결한 사업은 △서울 동작구 수방사 아파트 1공구 △광주선운 A-3BL 아파트 4공구 △서울대방(복합) 아파트 1공구 △인천산곡 행복주택 △경기 파주운정3 A-20BL △완주삼봉 S-1 공공임대 △익산송학 행복주택 등 7개다. 이 중 수방사 아파트 1공구와 파주운정3 A-20BL 공사는 신동아건설이 주간사로 참여 중이어서 LH의 고심이 깊다.

LH 역시 TF를 구성해 신동아건설이 참여한 현장의 공기 및 하도급대금 지연, 가압류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주(週)단위 관리카드를 작성하고 법률지원 팀을 구성한 상태다. 법정관리가 개시하면 바로 직접대금 지급을 결정하거나 지분율 조정, 보증시공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발주기관들의 가장 큰 걱정은 4월 이후 중견 건설사 도미노 법정관리 불길이 대형 건설사로 번지는 것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공사 미수금, 책임준공 채무인수, 미분양 폭증 등 악재가 진행형인 가운데 1·4분기 실적 결산(3월) 이후 버티지 못하는 업체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건설의 법정관리 소식이 전해진 당일 롯데건설은 사옥 매각 등 1조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발주기관 관계자들은 “최근 10대 건설사도 현금 확보를 위해 계열사 매각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는 얘기가 들린다”라며, “건설사들이 한계상황에 직면한 만큼 범부처 대책이 하루빨리 나와야 한다. 정권 공백기란 이유로 늑장대응을 하면 국책사업이 중단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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