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기술인력 공급과잉 전망 …왜?
건설업 변화 따른 인력구조 재편
대-중소기업 불균형 해소 ‘절실’
디지털 네이티브 청년층 유입 필요
[대한경제=전동훈 기자] 건설기술인력이 2027년부터 공급과잉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결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오히려 인력난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취업시장 양극화와 청년층 유입 감소로 인한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에서 기술인력 양성체계의 전면적 혁신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와 학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12일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청년 건설기술인은 매분기 2500∼3000명 수준으로 최초 등록하고 있으나, 전체 기술인 중 청년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실제 건설기술인 연령별 분포 변화를 보면, 20∼30대는 지난 2004년 전체 건설기술인의 63.8%(33만3997명)를 차지했으나, 2023년 총 15만4596명으로 전체 건설기술인의 16%에 불과하다.
최근 3년간 건설기술인의 연령별 추이에서도 50~60대 이상 건설기술인은 2022년 3분기 기준 48만898명에서 2024년 3분기 58만1645명으로 약 10만명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20~30대 기술인은 15만8486명에서 16만2861명으로 소폭 늘었다.
CM(건설사업관리)업계 관계자는 “현장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네이티브인 2030세대 실무인력의 조력이 절실하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게 현실”이라며 “이는 단순한 수급 불균형을 넘어 산업 경쟁력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견 CM사 A사 임원은 “신입 직원을 뽑으려 해도 지원자가 없고, 경력자를 채용하려 해도 연봉과 처우 문제로 난항을 겪는다”며 “기업 규모별 양극화로 임금 격차가 커지면서 인력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청년층이 건설업 진출을 기피하는 주된 원인으로는 열악한 근무환경과 성장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꼽힌다. 이에 업계와 학계는 체계적인 경력개발 프로그램을 통한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행 기술인력 양성체계의 맹점은 크게 두 가지다.
정부는 건설기술인을 네 단계로 나눠 관리한다. 경력, 학력, 자격 점수에 따라 초급부터 특급까지 등급을 매기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실제 현장에서의 숙련도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열린 한국건설관리학회 세미나에서 “현재의 제도는 실제 역량보다 등급을 우선시해 숙련된 기술인 활용이 어려운 구조”라며 “산업 수요를 반영한 등급별 역량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 맞춤형 교육도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견 건축사사무소 B사 관계자는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건 실무 중심의 전문교육인데, 현행 교육은 실무와 무관한 분야까지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있어 비효율적”이라며 “스마트 건설기술 도입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점에서 인력 양성체계가 미비한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해외는 이미 체계적인 인력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토목학회(ASCE)는 엔지니어와 고용주가 전문성 개발 수준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운영한다. 영국은 ‘Industry Skills Plan’을 통해 건설문화 개선, 진입 경로 다양화, 역량 향상, 미래 기술 확보라는 4대 전략을 추진 중이다.
중소 CM사 C사 임원은 “단순한 인력 충원이 아닌, 산업계 수요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부합하는 맞춤형 교육과정을 설계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며 “특히 미래 기술혁신을 주도할 젊은 인재들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인력양성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동훈 기자 jdh@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