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건설시장 패닉
공공기관 인사 잠정 중단 불가피
발주 일정·사업비 증액 차질 우려
조달청이 위치한 정부대전청사 전경 / 사진: 행정안전부 |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와 이어진 탄핵 정국의 후폭풍으로 공공 건설업계가 패닉에 빠졌다. 주요 발주기관으로 대형 국책사업 일정 지연을 우려하는 문의가 빗발치고,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을 앞둔 건설사들은 깊은 고심에 빠졌다.
10일 관련 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 후 국가철도공단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조달청 등 주요 발주기관으로 대형 시설사업 발주 및 입찰 일정 지연 가능성을 묻는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한 발주기관의 고위 관계자는 “지역의 주요 시설사업은 정권 지원에 힘입어 추진되는 것들이 많다 보니 건설사들이 상당히 동요하는 것 같다”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때 이미 대형사업 추진이 다소 지연됐던 경험을 한 탓도 있다”고 전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8일 “전 내각은 정부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라”고 당부했음에도 업계의 우려는 쉽게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일단 대통령 재가가 필요한 고위공직자 인사가 전면 중단될 것으로 보여 산하 기관과 공기업 인사도 순차적으로 잠정 중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과장급 전보 정도는 각 기관 내에서 소화할 수 있지만, 고위공직자 승진 및 보직 변경은 인사처 검증을 거쳐 대통령이 재가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인사철을 맞아 업무를 마무리하던 와중에 인사가 중단되면 기존 인사가 새로운 업무를 추진하기 어렵다. 대형 건설사업 추진도 후임자 몫이기 때문에 업무가 지연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실제로 과거 노무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에도 직무대행 체제에서 정부와 주요 발주기관 인사가 중단된 바 있다. 소폭의 필수 인력 배치는 이뤄졌지만, 지휘부 인선이 지연되다 보니 기존 예산 집행 사업을 제외한 신규 대형 국책사업 발주도 미뤄졌다.
건설업계는 당장 이달부터 예정된 주요 기술형입찰 발주가 늦어질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현재 수립 중인 내년도 사업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도 빚어질 수 있는 탓이다.
이달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의 ‘가덕도 신공항 진입도로’, ‘고양 은평선 광역철도 1, 2, 3공구’를 시작으로 내년 2∼3월 같은 방식의 ‘가덕도 신공항 진입철도 1, 2공구’, ‘강동~하남 남양주 광역철도 1, 2, 3, 4, 5공구’,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 2, 3, 4공구’와 ‘동탄도시철도 트램 건설사업 1공구(기본설계 기술제안)’, ‘당진~아산 고속도로 2공구(실시설계 기술제안)’ 등이 발주를 앞두고 있는데 자칫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성이 부족해 사업비 증액 및 공사 규모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은 일정대로 추진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일부 광역철도 사업은 지역에서 야당 중심으로 반발을 제기해 실무 공무원 차원에서 눈치 보지 않고 일정대로 집행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추측했다.
중견 건설사 임원은 “대형 국책사업이 지연될 경우 새해 사업 목표를 재조정해야 할 수 있다”며, “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의 현금 유동성이 불안한 상황에 불안정한 정국이 지속되니 속이 타 들어간다”고 토로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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