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9곳 올 3분기 피소 1219건
경기 침체에 공사비·하자분쟁 급증
송사 휘말려 재무건전성 악화 불가피
[대한경제=박흥순 기자]건설경기 침체와 공사비 인상 등으로 건설사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법적 분쟁에 휘말리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올 하반기 들어 소송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인데, 건설경기가 악화하면서 하도급 관련 소규모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GS건설·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SK에코플랜트·HDC현대산업개발 등 국내 대형건설사 9곳의 올 3분기 총피소건수는 121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38건)보다 181건 늘어났다.
건설사별로 보면 피소건수가 가장 많은 건설사는 대우건설로 1년 전보다 32건 늘어난 264건이었다. 이어 △현대건설 235건 △GS건설 157건 △DL이앤씨 137건 △포스코이앤씨 113건 △HDC현대산업개발 102건 △롯데건설 85건 △현대엔지니어링 67건 △SK에코플랜트 59건 순이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3분기 피소건수가 133건이었으나 1년 만에 102건 늘어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반면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보다 5건 줄었고, 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1건씩 감소했다.
이들 건설사의 올 3분기 총피소가액은 4조505억71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9327억4200만원)보다 1178억2900만원 늘었다.
중동 프로젝트 정산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해 피소금액 1조5373억6100만원을 기록한 GS건설을 제외하면 건설사 8곳의 피소가액은 지난해 3분기보다 8823억8600만원 감소했다.
한 건설법무 관계자는 “피소건수가 늘었는데, 가액이 감소한 것은 그만큼 소규모 분쟁이 잦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기존에는 대부분의 소송이 하자보수 등에 집중됐으나 최근 들어서는 공사비 관련 하도급 대금 분쟁이 증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건설사의 잦은 법적 분쟁으로 인해 이들 건설사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사들은 법정 다툼에서 패소할 것에 대비해 소송충당부채를 회계에 반영하는데, 분쟁이 많아지면서 충당부채도 증가하는 추세다.
올 3분기 말 기준 소송충당부채를 공시한 건설사 8곳은 총 1942억3800만원의 충당부채를 회계에 포함했다. 지난해(1828억4200만원)보다 6.2% 늘어난 수준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충당부채가 많아지면 기업의 현금유동성이 감소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총부채가 증가하면서 부채비율이 높아질 수 있고, 투자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줄어들면서 성장에 제약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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