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업무 조달청 이관, 하반기 몰려

10월에만 43건...하루 5개 개찰도
입찰 대리 브로커 등 병폐 드러나
조달청, 이상징후 적발땐 조사 의뢰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정신없이 이어졌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 입찰이 일단락됐다. 중견 이하 건설사들의 수주 행보가 두드러졌던 가운데, 업계에 만연한 대리 견적과 입찰 문제가 노출되며 조달청은 깊은 고심에 빠졌다.

10일 조달청 등에 따르면 올해 LH의 건축분야 입찰 업무가 조달청으로 이관된 여파로 하반기 밀어내기식 발주가 이어지며 지난 10월에만 총 43건의 개찰이 이뤄졌다.

많은 날에는 한 시간 단위로 하루 최대 5건의 개찰이 이어져 건설사들은 투찰과 가격심사 1순위 집계를 반복하며 숨 돌릴 틈 없는 한 달을 보냈다. 조달청 역시 적은 인원으로 한 번에 몰린 입찰 업무를 소화하느라 무효사 체크 및 종합심사 1순위 확정이 다소 지연됐다.

지난 9월 4건, 10월 43건, 11월 2건 등 최근 진행된 LH 종심제 49건에서 DL건설은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DL건설은 10월에만 무려 4건을 수주했다. 특히 10월 개찰건 중 가장 규모가 큰 사업으로 꼽혔던 ‘충남도청(내포)신도시 RH12BL 건설공사 5공구(입찰금액 3641억원)’ 외에 ‘양산사송 A-7BL 아파트 건설공사 7공구(3554억원)’까지 품에 안으며 입찰금액 기준 1조156억원을 수주했다. 특히 4건 모두 지분 100%를 확보하고 단독 참여해 입찰액이 고스란히 DL건설의 곳간으로 들어간다.

2위는 이수건설이다. 이수건설은 지난 9월부터 총 4건(7204억원)을 차근차근 수주했는데, 이 중 ‘부산명지 A-5BL 아파트 건설공사 2공구(2994억원)’를 수주하며 3위 흥화와 격차를 크게 벌렸다.

흥화(수주액 4067억원)는 경북지역 업체로 올해 토목건축 시공능력평가액은 3261억원이다. 그런 흥화가 2000억원이 넘는 사업 2건을 연이어 수주하며 내로라하는 중견사들을 제치고 3위 자리를 굳혔다.

이어 태왕이앤씨(2건·3736억원), 라인건설(2건·3653억원), 대광건영(2건·3305억원), 양우종합건설(2건·2560억원), 반도건설(2건·2507억원), 서해종합건설(2건·2457억원), 일성건설(2건·2430억원)이 수주 순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한 달 동안 몰아쳤던 LH 개찰이 마무리되며 업계와 조달청 모두 한숨을 돌리는 상황이지만, 평온한 상황은 그리 길게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짧은 기간 개찰이 집중되다 보니 대리 견적ㆍ입찰에 따른 종심제 병폐가 고스란히 노출됐기 때문이다.

조달청은 동일 견적에 따른 동가 입찰로 무효사가 나오며 1순위가 뒤집혔던 ‘고양창릉 S-6BL 아파트 건설공사 3공구’를 계기로 이상징후가 포착된 입찰들을 주의 깊게 살피는 모습이다.

해당 입찰에서는 A건설과 B건설이 동일 내역서를 작성했는데, 특정 업체의 C부장이 견적 및 입찰을 대리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C부장이 담당한 업체가 현재까지 4개사로 파악되는데 이 중 2개사가 이번 LH 입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수주액 순위 10위 안에 들었고, 나머지 업체도 한 건을 수주했다.

조달청은 “정상적인 견적 및 입찰 대행까지는 외주용역으로 보고 있지만, 일부 입찰 대리자들이 브로커로 활동하며 종심제의 균형가격을 흔드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며 “특히 유사 담합 행위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상징후가 포착된 입찰들을 면밀히 실펴 연내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 및 경찰에 수사도 의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중견사 임원은 “LH 종심제는 1등급 업체만 참여할 수 있다보니 입찰 참여사가 40여개사에 불과한데 이 중 일부 브로커가 자신이 맡은 업체들을 동원하면 충분히 균형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며 “종심제 도입 10년이 지나다 보니 ‘운찰’ 성격이 강한 제도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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