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표준입찰서 개정 초안…공사 지연 등 책임 소재 명확히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조달청이 8년 만에 ‘맞춤형서비스 표준 입찰서’ 전면 개정에 착수했다. 건설사 공사비 부담으로 이어지던 관행 규정을 제거하고, 건설사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한 공사지연·설계변경·지체상금 등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한 점이 특징이다. 특히 입찰 서류를 대폭 간소화하며 기술형 입찰 사업 제안서 제출 시 들어가는 비용 부담이 1회 약 2000만원 절감이 예상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이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건설회관에서 주요 건설사와 간담회를 갖고 ‘맞춤형서비스 표준 입찰서’개정안을 업계에 최초 공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강성민 조달청 시설사업국장과 윤일주 시설사업기획과장 외에 현대건설과 DL이앤씨, 계룡건설산업, 코오롱글로벌, 금호건설, 동부건설, 태영건설, 대보건설, 신동아건설이 참석해 의견을 교환했다.

조달청은 지난 2015년 국토교통부에서 제정한 표준 입찰안내서를 기본으로 ‘맞춤형 서비스’ 사업의 특성을 반영하고자 조달청 자체 표준 입찰안내서를 도입한 바 있다. 이후 2016년을 마지막으로 지난 8년간 손대지 았았던 입찰안내서 전면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최근 심화된 기술형 입찰 유찰 사태에 대응해, 입찰안내서 상 독소조항을 제거함으로써 건설사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목적이다.

우선 조달청은 공사업무 외 비용이 건설사에 전가되는 것을 최소화했다.

과거 건설사에 전가했던 착공식·준공식 비용은 발주기관이 부담하도록 명확히 했다. 건설사가 자체 수행할 수 없는 환경 및 재해, 교통영향평가, 도시계획 관련 용역은 발주기관이 책임지고 추가 발주하고, 건설사는 지원 업무만 담당하도록 했다.

기술 제안 내용이 발주기관에 받아들여지지 않아 원안대로 이행해야 하는 경우의 비용 계상 방법도 구체화했다.

현재 기술형 입찰 사업에서는 건설사의 기술제안을 바탕으로 낙찰자를 선정해 놓고도, 제안 내용을 발주기관이 받아들이지 않아 원안대로 실시설계 및 시공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공사비가 급증 사례가 빈번했다. 이에 조달청은 이때 발생하는 비용의 계상 방식을 공종별로 제시하고 이의가 있을 때는 공사계약일반조건을 따르도록 교통 정리했다.

또 설계심의가 종료된 후 심의위원 지적사항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사비 증액분에 대해서도 발주기관이 책임지는 비용 계상 방법을 명시했다. 건설사 책임과 무관한 사유로 공사가 지연되거나, 설계 변경, 지체 상금 등이 발생했을 때 건설사가 책임지도록 했던 일방적적인 실시설계 지침도 발주기관 책임으로 개정했다.

입찰 편의성도 강화했다.

설계도면 등 직접 활용되는 서류는 제본으로, 구조계산서 등 간접 활용되는 부속서류 및 증빙자료는 전자파일로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입찰 1회당 제출 서류 부담이 약 1만4000쪽 줄어들어 2000만원 상당의 비용 절감이 기대된다.

강성민 시설사업국장은  “이번 입찰안내서 개정은 현장여건을 반영해 합리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사업에 참여하는 관련 당사자들이 사업 리스크를 충분히 예측 가능하도록 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업계는 기술형 입찰 사업에 관급 자재 적용을 의무화한 조항을 삭제해줄 것을 요청했다. 40억원 이상 공사에 일괄적으로 관급자재 적용을 의무화하다 보니, 유연한 기술 제안을 바탕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기술형 입찰 사업의 특성과 충돌하는 경우가 잦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A사 관계자는 “현재 기술형 입찰 사업에서 관급자재 적용 예외 사유를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심지어 예외 사유에 해당될 때에도 지방중소기업청장과 협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어 건설사의 유연한 자재 활용이 매우 어렵다”라며, “관급 자재를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현행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조달청은 “업계의 의견을 정리해 개정안에 반영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설계금액 3400억원 규모의 ‘다목적(4세대 원형) 방사광 가속기 건립사업’등을 시작으로 9월부터 본격 적용될 전망이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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