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영동건설부터 10여 곳 잇따라 자금난 겪어
원자재가격 상승, 인건비 인상, 주택경기 악화 영향


전국 각 지역 건설업계의 자금난 공포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올 1월 영동건설로부터 시작된 법정관리 신청 ‘도미노’가 남양건설로 이어지면서다.

12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에 기반을 둔 중견 건설사인 남양건설이 지난 11일 광주지방법원 파산부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관계자 심문 등 절차를 거쳐 조속한 시일 내에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회생절차는 부채 등으로 회생이 어려운 기업에 대해 법원이 지정한 제3자가 기업활동 전반을 관리하는 것을 가리킨다.

1958년 설립된 남양건설은 지난해 기준 시평액 127위로, ‘남양휴튼’ 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한 때 시평순위 30위권에 오를 만큼 주택과 민간공사는 물론 토목ㆍ건축ㆍ플랜트 등 공공부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는 전남 대표 중견기업이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자금난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2016년 회생 절차를 종결한데 이어 8년만에 다시 법정관리행에 들어서게 됐다.

남양건설은 최근 광주시 지역주택조합 등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대금 미정산, 미분양 물량 증가 등 문제로 인해 재무구조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중견 건설사가 위기에 봉착한 사례는 올 들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충청북도 내 시평액 10위권의 HS건설은 경기도 평택지식산업센터사업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을 해결하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다.

시평액 99위의 한국건설도 4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아울러 강원도 빅5 건설사 중의 한 곳인 에스원건설도 올 3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밖에 새천년종합건설, 부강종합건설, 영동건설 등 올 들어 법정관리행에 돌입한 지역 건설업체는 10여 곳에 이른다.

이밖에도 각 지역에서 주택사업을 진행 중인 중견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법정관리 신청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의 ‘4월 위기설’ 리스트에 올랐던 일부 지역 건설업체들이 잇따라 법정관리행을 밟으면서, 다른 중견업체들도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법원 손길에 회사 기로를 맡기는 이유는 원자재가격과 인건비가 최근 가파르게 오르고 있음에도 공사비는 제자리인 탓이 가장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3∼4년 동안 시멘트값은 18%, 레미콘값은 18.4%, 골재값은 21.1% 각각 올랐고, 인건비 또한 큰폭으로 오르면서 건설현장의 사업성 악화를 야기했다.

이지혜 건산연 연구위원은 “원자재가격ㆍ인건비 상승이 두드러졌지만 발주처로부터 인상분을 지급받지 못한 건설업체들이 너도나도 자금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광주전남을 중심으로 지역 건설업계 전반에 걸쳐 위기감이 만연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역 중견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어느 중견업체가 자금난에 몰리면 공동도급 건설사들에게 회생채권이 돌아오고 수많은 협력업체들도 덩달아 경영난에 몰리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사정이 이런데도 발주자들은 공사비 보전을 외면하고 있고 특히 기술형입찰에서는 설계변경 추가공사비를 지급하지 않는 등 갑질이 이어지고 있다”며 한숨을 지었다.

정석한 기자 job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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