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백경민 기자]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촉발된 전관 카르텔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전관을 향한 칼날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넘어 한국도로공사와 국가철도공단 등 국토교통부 산하기관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 설계공모와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 등 평가를 외부위원 중심으로 진행하는 LH보다 도로공사와 철도공단이 발주하는 사업에 전관의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대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가 도로와 철도 등 설계ㆍ감리용역에 재직 중인 퇴직자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국토부 도로국에서는 “명확한 방향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며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철도국 관계자도 “일단 LH가 우선인 것 같고, 내부적으로 관련 논의가 별도로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도로공사와 철도공단 차원의 움직임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지난 20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전관 관련 이권 카르텔 혁파 의지를 강하게 표출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원 장관은 “이권 카르텔 문제는 LH에서 먼저 터졌을 뿐이지 LH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LH뿐 아니라 도로, 철도 등 국토부와 관련된 모든 전관 이권 카르텔을 철저히 끊어 미래로 가는 다리를 다시 잇겠다”고 강조했다.
10월 중에는 건설 분야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할 계획인 가운데, 시장 안팎에서는 국토부를 비롯해 주요 산하기관인 도로공사와 철도공단 등도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전관의 영향력은 LH보다 국토부와 도로공사, 철도공단 등이 더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란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국토부가 종심제 평가위원회 통합 풀(POOL) 명단을 공개, 관계기관 공무원 등 내부위원 비중을 대폭 확대하면서 이들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는 평가다.
통합 풀 인원은 토목 분야 471명(내부위원 335명ㆍ외부위원 136명), 건축 분야 229명(내부위원 20명ㆍ외부위원 209명) 등 총 718명이다. 토목 분야 내부위원 중 국토부(지방국토청 등 총 95명)와 도로공사(50명), 철도공단(60명) 인원은 60%에 달한다. 건축 분야 내부 위원은 100% 국토부(4명)와 철도공단(16명) 인원으로 구성됐다. 토목 내부위원의 경우 40%는 LH(130명) 인원이지만, LH는 설계공모나 종심제 등에서 내부위원이 배제되고 있다.
최근 진행된 설계공모(대전상서 공공주택지구 도시건축통합계획)나 종심제 방식의 건설사업관리용역(이천장호원 B2BL 아파트 건설공사 1공구)을 보더라도 LH는 14명의 평가위원을 모두 외부위원으로 채웠다. LH는 지난 2021년 8월 이후 각종 건설용역에 이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도로공사와 철도공단은 종심제 등 관련 용역 평가에 내부위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올해 진행된 도로공사의 고속국도 제55호 중앙선(김해공항-대동) 확장공사 타당성 및 기본설계는 7명의 평가위원 중 5명(도로공사 소속 4명, 국토부 소속 1명)이 내부위원이었다. 철도공단의 광주송정-순천 제2ㆍ5공구 기본 및 실시설계와 여주-원주 복선전철 제1ㆍ2공구 및 눈들건널목 관련 건설사업관리도 외부위원 1~2명을 제외하면 모두 국토부를 비롯한 철도공단 소속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전관 업체가 사업을 싹쓸이한다는 논리라면, LH보다 도로공사와 철도공단이 훨씬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며 “실제 평가에 투입되는 인원도 그렇고, 종심제 통합 풀 명단이 확대된 이후 이들 전관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도로와 철도에 전관들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고, 오를 대로 오른 이들의 몸값이 그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는 “한때 국토부 전관 영입을 추진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요구에 결국 포기했다”며 “우리나라 발주제도 안에서 이미 전관들은 산업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데, 국토부도 예외는 아니어서 제 살을 도려내는 수준의 각오를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경민 기자 w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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