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진후 기자] 철근 설계 또는 시공을 누락해 위험을 안고 있는 단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에서 무더기로 확인됐다. 이중 5개 단지는 이미 입주를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LH 서울지역본부에서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무량판구조를 적용한 LH 아파트 91개 단지를 전수 조사한 결과 이중 15개 단지에서 있어야 할 철근이 빠져 있었다.

조사 결과 15개 단지 중 10개 단지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 구조계산을 제대로 하지 못해 규격에 미달한 철근을 사용하거나, 도면에 철근 표기를 빠트렸다. 나머지 5개 단지는 작업자 숙련도 저하 등 시공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들 단지 중 이미 5곳은 입주를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LH는 입주 완료 단지 중 4개 단지에서 정밀 안전점검을 추진하고 보완 공사를 할 예정이다. 1개 단지는 이미 보완 공사에 돌입했다. 입주 전 10개 단지 중 6개 단지는 보완 공사를 진행 중이고, 4개 단지도 입주 전까지 보완을 마칠 계획이다.

무량판 구조는 천장을 지지해주는 테두리 보 또는 벽이 없다. 천장 하중을 떠받치기 위해선 기둥에 보강 철근(전단보강근)을 넣어 시공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한 단지와 유사한 무량판 구조는 지하주차장 면적을 넓히기 위해 2017년 무렵부터 대형 고가 아파트 위주로 도입이 확대됐다. 하지만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사례처럼, 철근이 누락될 경우 붕괴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LH는 무량판 구조 자체보다는 설계·시공상 문제가 크다는 입장이다. 설계·시공 단계의 관리가 본질적인 문제라는 것.

정부는 LH 발주 단지에 이어 민간 발주 아파트 100여곳에 대한 안전점검도 진행할 예정이다. 전주 조사 결과와 대책 발표도 8월 중 예정돼 있다.

원희룡 장관은 철근 누락 책임자에 대한 징계·고발을 예고했다.

원 장관은 “필수 설계와 시공 누락이 생기게 한 설계 책임자와 감리 책임자에 대해 가장 무거운 징계 조치와 함께 즉각 수사 의뢰, 고발 조치를 해달라”며, “담합 등 건설분야 이권 카르텔과 업무 소홀 관행 등을 바꿀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한준 LH 사장은 “각 단지의 설계·감리 발주 시기와 관여자 등을 조사해 의혹을 남기지 않도록 하겠다”며, “사장으로서 굉장히 송구하며, 모든 분야에 대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진후 기자 jhkim@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