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대한경제=임성엽 기자]경제위기 극복과 경제성장, 국민편익증진을 위한 확실한 카드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초비상이 걸렸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SOC 예산이 전년 대비 10.2% 감축된 데 이어 유례없는 자금시장 경색에 공사비 미지급 가능성이 민간영역을 떠나 ‘공공건설’ 시장에까지 미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여기에 각급 발주기관은 정부 요구에 맞춰 고강도 자구계획까지 쏟아내면서 SOC 투자가 설 자리를 잃는 모습이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SOC 투자는 트리플 악재에 휘청대고 있다. SOC와 관련, 투자계획부터 실행까지 전 분야에 걸쳐 각종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정부는 2023년 SOC 예산안을 25조1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이는 지난해(28조원) 대비 10.2% 감축한 것이다. 정부는 SOC 예산을 건전재정 마련을 위한 희생양으로 삼았다.
경제위기 극복, 일자리 창출에 가장 효과적인 SOC 총량이 줄어든 데 이어 SOC 집행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장·단기자금 시장이 급격히 냉각되면서 도로, 철도, 항만, 전력 등 채권 발행을 통해 공사비, 사업비를 조달하는 구조에 문제점이 노출됐다. 국가철도공단,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최고 신용등급(AAA) 발주기관 회사채가 줄줄이 유찰됐기 때문이다. 강원도가 레고랜드 시행사 강원중도개발공사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지급보증을 거부하면서 지방자치단체 보증 증권조차, 국가 SOC 집행을 위한 채권조차 투자를 꺼린 결과다. 급기야 국가철도공단은 급한 불을 끄려고 2014년(118억원 차입)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단기차입까지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단기차입도 금융시장 불안으로 말미암은 위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금융시장이 조속히 정상화되지 않을 땐 공공시설 공사에조차 유례없는 공사비 미지급 사태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특히 이 문제는 비단 국가철도공단 한 곳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다. 채권 발행을 통해 사업비를 조달하는 도로, 전력, 도시개발 등 공공 SOC 전 영역에 해당한다.
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예산효율화 정책으로도 SOC 투자는 위기를 맞았다. 일례로 한국도로공사는 5년간 약 4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감축기로 결정하면서 부채감축을 위한 볼모로 SOC를 선택했다. 타당성 검증강화, 총 사업비 관리 강화 등 투자 허들을 현격히 높여 신규 발주 물량을 억제하기로 했다. 당장 건설사업은 준공임박 노선 등 현재 시공 중인 현장에만 사업비를 투입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기본계획 추진 등 필수 발주 공사조차 예정대로 발주될 지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SOC 투자에 경고음이 울리면서 살얼음판 같은 국내 경제 상황에 해법을 잃어버렸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코로나19 장기화, 글로벌 원자재가격 급등, 금리인상, 환율변동 등 이미 국내경제는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위기 극복을 위한 구원투수인 SOC 투자의 등판을 늦추면서 경제위기 극복은 물론 국가경쟁력 약화, 노후 SOC 홀대에 따른 국민 안전과 재산권까지 위협받는 모습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는 2017년 출범 초 SOC 투자를 하향 조정했던 문재인 정부가 해를 거듭하면서 SOC 예산 투자액을 다시 늘린 이유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봐야 한다”며 “경기 진작 효과에 대해 이론이 없는 SOC 투자는 확대하지 않을 명분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임성엽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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