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대한경제=임성엽 기자]윤석열 정부가 긴축재정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민선 8기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시장에서는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명분으로 대규모 인프라 사업들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무분별한 예산 삭감은 지양하고 인프라사업의 ‘옥석 가리기’를 통해 생산적인 재정혁신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0일 [e대한경제]가 입수한 부산광역시 ‘민선8기 재정혁신 기본계획 수립 추진계획’ 안에 따르면 부산시는 시 재정지원 대상 사업을 전면재검토한다. 당연시되는 시 재정지원의 타당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재정지원금액의 적정성 또한 전면 재검토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재정운용체계 혁신방안에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지출 구조도 포함됐다. 부산시는 ‘총사업비 관리대상’ 사업에서 예외로 추진되거나 누락된 사업은 축소할 계획이다. 대형투자사업 타당성 검토도 강화한다. 더불어 신규사업에는 사전심사제도를 도입해 투자의 ‘문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저 성과, 관행적 보조사업은 정비하는 등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대구광역시도 지난달 재정혁신 브리핑을 열고 지출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대구시도 각종 센터건립 예산 등 대규모 투자사업에 대한 원점 재검토에 돌입했다. 사업 목록 중 예산 투입 전 기본구상 단계 사업은 추진 필요성을 재검토해 예산 낭비를 사전 차단한다는 구상이다.

윤석열 정부가 역대 최고 수준의 고강도 재정혁신을 천명한 데 이어, 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정부 국정과제와 연계, 강력한 지출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시장에서는 공공과 민간투자시장 전반에 위기감이 가득하다. 국민 편익증진을 위해 필수적으로 추진돼야 할 대형 인프라구축사업까지 표류하거나 좌초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이날 ‘2023년 예산안’을 발표하고 내년도 SOC 예산을 25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올해 예산 대비 10.2% 감소한 수치로 2018년 이후 5년 만에 SOC 감축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SOC 예산은 정부가 추가경정 예산안을 발표할 때마다 재원 마련을 위한 ‘희생양’ 신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5월에도 기획재정부는 2차 추경안 지출구조조정 당시 지역 교통 SOC 사업 예산 4464억원을 감액하기도 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공건설업계 업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원자재 급등으로 수주해도 적자 우려가 큰 상황이지만 일감 자체가 사라진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고통”이라고 말했다.

필수적 설계변경이나 공공공사 총액에스컬레이션(E/S) 등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비 현실화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긴축’ 재정을 공식화한 만큼 정당한 계약금액 인상 요청도 거절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시공 담당자들의 예상이다.

민간투자 사업과 관련해선, 보조금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촉발될 전망이다. 이미 부산광역시에선 지출효율화를 위해 민간투자사업 재구조화를 세부과제로 선정했다. 사업 재구조화를 통해 민투사업 재정지원을 전면 개편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부산시는 대표적 재정압박 요인 중 하나로 부산ㆍ김해 경전철 등을 포함한 민자철도, 도로 재정지원금을 지목했다. 민자사업 재정지원금만 연평균 800억원이 소요된다는 설명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나 각 지자체의 재정혁신 수립 계획을 SOC 사업을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교두보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거를 의식해 중구난방식으로 추진돼 온 인프라투자 계획을 이번 기회에 정리, 우선순위별로 재배열해 재정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시급한 인프라사업을 적기에 추진할 수 있는 계기로 전환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건설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혁신 계획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대표적으로 ‘강릉~제진’ 건설공사가 ‘평택~오송 복복선화’ 건설공사보다 빨리 발주되는 등 그간 인프라 사업들은 시급성보다 ‘표’를 의식해 추진돼 왔다”며 “이번 기회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GTX 사업 정상화를 대표적으로 투자가 시급한 인프라사업들은 오히려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성엽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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