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대한경제=임성엽 기자]한= 조달청에서 무려 11년 만에 ‘등급별 제한경쟁 입찰제도’를 손질하기로 했다면서요?
채= 네 그렇습니다. 조달청은 ‘유자격자 명부에 의한 등급제한 입찰제도’ 개정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등급제한 입찰은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액을 기준으로 7등급으로 나눠 등급별로 입찰참가 자격을 주는 제도입니다. 조달청이 이 제도를 개정한 것은 지난 2011년 12월인데요. 당시 조달청은 기존 6개 등급을 7개로, 등급편성기준을 1100억원→1700억원 이상 높였습니다. 공사배정규모도 1100억원→13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습니다.
한= 조달청에서 이 제도 손질에 착수한 배경은요?
임= 일단 앞서 언급한 대로 제도가 개정된 이후로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11년간 제도를 손보지 않았는데요. 11년 전 시장 상황과 현재 시장 상황이 크게 변화해 현재 기준이 적절한지에 대한 조달청 내부에서의 고민도 컸고, 업계에서의 개선 요청도 있었다고 합니다. 유자격자 명부에 의한 등급제한 입찰제도가 현재 도입 취지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는 게 우선 대형건설사 측의 견해입니다.
이 제도 운용 목적은 중소건설업체의 수주 기회를 확보하고 소수 건설업체에 의한 독점 수주를 막는 것입니다. 1등급 건설사의 설명은 중소건설업체가 참여도 못하는 1등급 배정 규모를 너무 크게 확대하면서 오히려 1등급 건설사가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1등급 토목공사는 공사 규모가 1700억원 이상만 참여하게 돼 있는데요… 이를 고려하면 1000억원이 넘는 국도공사도 1등급사는 아예 참여 자체를 할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즉, 등급별 입찰제한 제도에서 1등급 건설사는 최소 중견건설사, 통상 대형건설사가 포함되는데요… 중소건설사와 무관한 이들이 입찰 참여 기회조차 박탈당했다는 겁니다. 이는 국가철도공단이나 한국도로공사 등 다른 발주기관 공사와 비교하더라도 과도하다는 게 1등급 건설사들의 평가입니다.
한= 중소건설사 측 의견은 어떤가요?
채= 중소 건설사 입장에서는 제도 개정 자체를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토부와 조달청 기조를 볼 때, 등급제한 입찰제도 개선을 통해 종합건설업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추정입니다. 현재 국토부에서는 운찰제로 운영 중인 ‘적격심사’ 제도 개선을 위해 입찰에 필요한 실적과 기술자 보유 기준을 확대하는 것을 검토 중입니다. 이에 중소건설업계에선 다시 2011년 운영기준과 같이 제한 등급을 줄이거나 등급편성 기준을 완화해 보유 실적과 기술자 수 등에서 현저한 차이가 나는 건설사와 경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규모와 실적 면에서 압도적인 상위 등급 건설사가 공공입찰 수주 기회를 높이고, 중소건설사는 구조조정 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중소건설업계 일각에서는 일련의 제도 개선 과정이 정부에서 중대재해 발생과 부실시공 가능성, 페이퍼컴퍼니 난립을 막고자 관리 가능한 규모로 건설사 수를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합니다.
한= 제도 개정 가능성은요?
임= 어떤 방식으로든 ‘등급제한 입찰제도’는 변경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조달청에서도 의견 수렴과정 등을 거쳐서 연내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제도 개정은 7개로 세분화된 입찰등급을 줄이거나, 등급편성 기준, 공사배정규모를 수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임성엽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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