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이종신 대표 포함 13명 검찰로 넘겨 

중대재해  기업 CEO에 책임 물은 첫 사례

나머지 사고 기업들도 CEO 줄소환에 대비

모호하고 징벌적 법 성격에 기업들 우왕좌왕

 

[e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 1호 기업인 삼표산업의 이종신 대표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자, 건설ㆍ제조기업들이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아직 확정 처벌까지는 법적 다툼이 남아 있지만, 기업 경영자에게 작업장 안전 확보의 구조적 책임을 물은 첫 사례인 만큼 향후 사고기업 대표들의 검찰 ‘줄소환’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했던 건설ㆍ제조기업들은 고용노동부가 이종신 삼표산업 대표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소식을 접한 후 다소 침통해 하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 13일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1월 경기 양주시 채석장 작업 과정에서 천공기·굴삭기 기사 등 3명의 노동자가 토사에 매몰돼 숨진 사건과 관련,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삼표산업 대표이사를 의정부지검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같은 날 경기북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도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장을 포함한 현장 직원 9명과 본사 직원 3명 등 모두 12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수사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예고됐던 일이긴 하지만 대표를 포함해 13명이 무더기 검찰로 송치되자, 삼표산업 내부도 동요하고 있다. 삼표산업 현장 관계자는 “돌아가신 분들도 안타깝고, 책임을 지게 된 동료 직원들도 안타깝다”며, “고용부는 사고 위험을 알았음에도 작업을 강행했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현장 작업자로서 단언컨대 (현장에선) 절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답답함을 내비쳤다.

고용부 발표에도 이종신 대표는 14일 정상 출근해 업무를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은 “이 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더라도 회사 경영 책임자로서 업무를 계속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발생 5개월 만에 고용부가 대표까지 기소의견으로 결론을 내림에 따라, 이후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한 건설ㆍ시멘트ㆍ철강 회사들도 법적 대응의 고삐를 바짝 죄는 모습이다.

대부분 기업들은 사고 발생 즉시 사망 근로자의 유족과 보상 협의를 마쳤다. 과거에는 근로자의 유책 사유를 따졌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엔 기업들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더라도 최고액 보상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사 관계자는 “우리 현장의 경우는 회사가 수십 차례 교육한 안전 매뉴얼을 무시하고, 본인 임의대로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사례였다”면서, “그럼에도 고용부가 중대재해처벌 대상 기업으로 분류했고, 사망 근로자 발인 직후 바로 유족에 수억원대의 보상액을 지급했다”고 전했다.

B사 측도 “우리 회사의 사고는 도대체 근로자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는 사안이었지만 윗선의 지시로 바로 보상에 들어갔다”며, “유족과의 합의가 중대재해처벌 형량 감경에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고용부의 괘씸죄에 걸리면 언론플레이를 당할 수 있으니 미리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중대재해처벌법에 과도하게 몸을 사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령이 추상적이어서 법리적 다툼보다는 정부의 방침과 사회적 분위기에 의해 처벌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의 최대 쟁점은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위반한 결과, 현장에서 안전보건조치 의무가 이행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 있다.

하지만 입증 선례나 판례가 전혀 없고 시행령도 추상적인 부분이 많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검찰 조사를 앞두고 최대한 논란의 여지를 줄여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이 기업에 징벌적 처벌을 하는 법이란 인식이 깔린 탓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관련법의 합리적인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안전경영비용이 더는 비용이 아닌 투자와 이익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데는 의미가 있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은 법리적으로 지나치게 모호한 면이 많아 법정에서도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질 수 있는 여지가 많다”며, “모호성은 오해를 낳고 오해는 불신을 낳는 만큼 보다 구체적인 기준과 방법론을 제시해줌으로써 기업에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해 로펌에 의지하지 않고 사업체 스스로 적극적이고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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