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령 해석 엇갈려 사고마다 책임소재 규명 어려움 지속


안전관리 비용 현장 대신 ‘로펌’에 지출하는 기현상도

[e대한경제=권성중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에 들어간 지 한달여가 지나고, 각종 사고에 따른 원인조사와 수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법 적용에 관힌 건설업계의 ‘물음표’는 여전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경영책임자등’의 책임에 대한 법령 해석이 모호한 탓에 CEO(최고경영자)와 CSO(최고안전책임자)간 책임소재가 사고마다 엇갈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당분간은 최종 수사결과와 더불어 판례가 쌓여야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1일 건설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성남 판교 건축공사 현장에서 승강기 추락사고로 근로자 2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원청 시공사의 대표이사(CEO)가 입건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가 올해 초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CSO를 신규 임명했음에도 당국이 대표이사를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고용노동부는 지난해말 ‘중대재해 FAQ’등 법령 해설서를 통해 기업이 CSO를 두더라도, CEO의 안전보건관리 책임과 처벌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고용부는 안전 관련 사업이나 예산, 조직, 인력 등 최종 의사결정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기준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와 반대로, 안전보건조치 관련 최종 의사결정권한을 CSO에 부여하는 등 일반경영과 안전업무를 이원화한다면 CSO를 통한 법적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최근 사례와 같이 안전보건조치에 관한 결정권한을 CSO에 두더라도, ‘각종 사업추진의 결정 권한’ 등 정부당국의 시각에 따라 법 적용은 다시 CEO를 향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졌다.

다만, 법조계서는 수사와 별개로 실제 처벌대상은 또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당국의 수사과정에서 CEO가 입건돼 조사를 받더라도, 향후 기소 및 법원 판결 과정에서 처벌대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사고마다 CEO나 CSO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와 더불어 사고원인과 관련 따져봐야 할 것이 한 둘이 아니다”라면서 “아직은 수사는 물론 판례도 없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고가 터져도 전개방향은 도무지 예측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각종 사고예방 활동에 열을 올리는 업계도 난감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각종 안전강화 활동에 더해 빠듯한 공정 관리부터 공기 지연 우려까지, 갈길이 먼데 법률 해석과 대응방안 마련에도 애를 먹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김앤장, 태평양, 율촌, 화우, 대륙아주 등 법무법인들도 이미 건설산업을 겨냥한 중대재해처벌법 전담팀을 신설하고 각종 자문과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업체마다 안전전문가 영입부터 조직구성, 각종 교육, 장비구매 등까지 막대한 지출을 이어오고 있는데 법률이 시행됐음에도 적용 및 해석이 모호해 로펌에 대한 막대한 자문비용까지 지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렇듯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결국 현장에 투입한 안전관리 비용까지 벌률자문이나 컨설팅 등으로 쓰는 기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당국의 신속한 수사와 명확한 기준제시와 더불어 부족하거나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제도적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권성중기자 kwon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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