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대한경제=최지희 기자] 11월 철근 기준가격 인상으로 반짝 올랐던 시세가 다시 하락했다. 유통향 기준가격과 격차가 없는 상황인데, 다음 주에는 시세가 기준가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짙어졌다. 유통 시장에서는 제강사들의 가격 이원화 정책에 대한 재고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10일 건설ㆍ제강업계에 따르면 제강사들의 11월 철근 건설향·유통향 기준가격 인상으로 11월 첫주 t당 106만원으로 시작했던 철근 1차 유통가격(SD400·10mm 기준)이 다시 103만~104만원대로 내려왔다. 현재 유통향 기준가격이 103만6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유통사들의 t당 마진이 사실상 1만원에도 못미치는 셈이다. 최소 2만원 마진은 챙겨야 하는 유통사들 입장에서는 거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사실상 실종된 셈이다.

업계는 다음 주 철근 가격이 안정적으로 103만원에 안착, 11월 내 100만원선까지 무너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요소수 대란에 따른 운송대란 시점에 예고된 화물연대 파업과 때아닌 가을비로 안 그래도 꺾인 수요심리가 한층 더 위축된 탓이다.

앞서 9일 민주노총은 이달 말 철도노조-화물연대본부 연속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11월 말 1차 총파업에 들어가, 12월 중 국회상황 등을 고려해 2차 총파업을 개진할 계획이다.

중견 건설사 임원은 “이런저런 상황을 고려하면 11월 중 건설현장 정상 가동은 어려워서 자재 구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게다가 이번 철근대란을 거치며 수입산 철근에 대한 수용폭이 넓어져 굳이 비싼 값을 주고 국산을 구입할 이유도 없다”라고 전했다.

제강업계 역시 시중 철근 수요가 상반기처럼 살아나지 않는 이유를 수입산 철근에서 찾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8일 기준 인천항 수입철근 재고량은 26만t에 달한다. 지난 10월 중순 이후 25만t을 웃도는 최고수위가 4주 가까이 지속되는 셈이다. 심지어 현재 1만5000t 가량이 추가 하역작업을 진행 중이다. 상반기 철근 수급대란 시점에 수입산 철근 재고가 5만t에도 미치지 못했던 상황을 감안하면 수급 상황이 상당히 개선된 상황이다.

수입철근유통사 대표는 “상반기 때만 해도 철근은 강종 구분없이 부르는 게 값이었고, 9∼11월 성수기때 같은 상황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해 계약을 진행했는데 노조 리스크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라며, “대형사들이 구매하는 국산 철근의 건설향 기준가(t당 95만6000원)에 근접한 가격에 거래되는 대만ㆍ일본산이 많아서 건설사들이 유통시장에 풀린 국산을 굳이 찾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유통시세가 계속 하락하다 보니, 제강사가 건설사에 넘기는 철근가와 유통사에 넘기는 기준가 사이의 8만원 갭을 둔 ‘가격 이원화’정책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격 이원화’정책은 상반기 철근 기준가격이 80만원 후반대일때 유통시세가 140만원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차익을 유통업계가 독점하는 상황을 개선하고자 제강업계에 의해 도입된 제도다. 제강업계 스스로 세웠던 ‘일물일가’원칙을 깼다는 점에서 수요산업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분기별 기준가격 체제에 묶여 급등하는 원자재 가격을 적기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제강사의 고충이 반영된 제도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유통시세가 유통향 기준가에 근접한 상황에서는 ‘가격 이원화’정책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다.

공정거래 사건 전문 변호사 역시“유통향 기준가는 자칫 시장 거래가격의 하한선을 7개 제강업계가 설정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권장소비자가격을 제시하는 제과시장과 달리 철강재 시장은 대리점과 유통업체들이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가격 이원화 정책은)법적으로 살펴볼 부분은 많아 보인다”라고 전했다.

종합건자재 수입유통업체 대표 역시“철근에 가격 이원화 정책을 도입한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라며, “이미 제강사 스스로 분기별 가격체제에서 벗어난 상황이라면, 원부자재 가격 상승분을 철근 기준가격에 적절히 반영하면서도 수익을 학보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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