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부 SOC(사회기반시설) 예산안이 27조원대로 편성되며 베일을 벗었다.
SOC 예산 증가율이 공공질서·안전, 농림·수산·식품에 이어 최하귀원에 머물면서 30조원 시대는 더욱 멀어졌고, 철도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도로를 넘어서며 수위에 올랐지만 ‘1년 천하’로 끝날 처지에 놓였다.
또한 내년 SOC 예산은 국가균형발전 인프라에 대한 비중이 크게 확대되며 지역을 중심으로 한 SOC 예산의 대대적인 방향 전환을 예고했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정부 SOC 예산은 올해(26조5000억원)보다 1조원 증가한 27조5000억원으로 편성됐다.
겉으로는 전년에 비해 증액되며 사상 최대 규모의 SOC 예산안이다.
그러나 분야별 증가율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내년 SOC 예산 증가율은 전년 대비 불과 3.8%.
공공질서·안전(22조4000억원·0.3%), 농림·수산·식품(23조4000억원·3.4%)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증가율로, 교육(83조2000억원·16.8%)과 일반·지방행정(96조8000억원·14.3%), 환경(11조9000억원·12.4%) 등의 예산이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내년 SOC 예산 증가율이 기대치를 크게 밑돌면서 SOC 예산 30조원 시대도 더욱 요원하게 됐다.
기재부가 내년 예산안과 함께 발표한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SOC 예산은 오는 2023년 28조7000억원(4.4%), 2024년 29조5000억원(2.5%)을 거쳐 2025년 30조2000억원(2.4%)으로, 4년 후에나 30조원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내년 SOC 예산에선 도로가 철도에 내준 SOC 맏형의 자리를 1년 만에 되찾을 수 있을 전망이다.
올해 철도·도시철도 예산은 8조956억원으로, 7조7829억원에 머문 도로 예산을 처음으로 앞지르며 ‘철도 르네상스’를 재촉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도로 예산이 전년보다 8.3% 증가한 8조4320억원으로 편성되며 전년 대비 증가율이 2.8%에 그친 철도·도시철도(8조3183억원)를 다시 밀어내고 SOC 예산의 수위를 차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도로, 철도, 물류·항공·산단(4조1296억원·8.7%)을 제외하고, 해운·항만(2조104억원·-4.7%), 수자원(1조6096억원·-2.5%), 지역 및 도시(3조302억원·-1.3%) 분야의 SOC 예산은 일제히 축소됐다.
내년 SOC 예산은 국가균형발전 인프라에 중점 배정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지난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로 선정되며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은 23개 사업은 올해 예산을 확대 편성하며 본격적으로 속도를 낸다.
영종~신도 평화도로, 평택~오송 2복선화, 서남해안 관광도로, 울산외곽순환도로, 동해선 전철화 등 7개 사업은 내년 공정률을 더욱 끌어올리는가 하면, 옥정~포천선, 제2경춘국도, 새만금공항, 남부내륙철도 등 11개 사업은 실시설계를 진행할 예정이다.
메가시티 기반 조성을 위한 비수도권 광역 도로·철도 12개 사업은 내년 예산이 크게 증액되며 본격화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 이후 SOC 예산이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증가율에 그치며 30조원 시대가 밀리게 됐다”며 “그나마 국가균형발전을 이유로 지역의 SOC 예산을 늘린 게 위안거리”라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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