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는 철근 가격 폭등 사태로 공공시설 공사 ‘기술형입찰’이 파행 운영될 위기에 직면했다. 기술형입찰 참여를 준비하던 건설사에서 핵심 자재인 철근 값 급등을 원인으로 입찰을 포기하는 사태가 처음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공사비 긴급증액이나 수의계약 전환 독려 등의 긴급상황을 타개할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1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건축분야 기술형입찰 공사 집행은 대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조달청이 경기도 평택시 수요 ‘평택 평화예술의 전당 건립 사업’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서류제출을 마감한 결과, 어떤 건설사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
건설사의 외면을 받은 핵심 이유는 최근 급등한 철근 값 상승의 결과다. 철근 가격 상승으로 준비했던 기술형입찰을 포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택 평화예술의 전당 건립 사업’의 총 공사비는 1041억3743만9000원으로 책정됐는데, 이 예산 설정의 기초 조건인 기본설계가 철근 대란 시작 전인 지난해 10월 완료됐기 때문이다. 현재 철근 가격 인상분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기본설계 기술제안 입찰은 참여회사가 기본설계를 토대로 별도 기술제안을 해 실시설계와 시공을 진행한다. 현재 설정된 공사비로는 실시설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 사업은 철근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더라도 시뮬레이션 결과 원가율이 100%를 이미 넘었던 적자사업”이라며 “철근 인상분을 조정하지 않고 사업에 참여하면 말 그대로 ‘독이든 성배’를 마시는 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형입찰의 유찰 대란이 예고되는 이유는 수주 후 설계변경을 통한 공사비 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술형입찰은 특성상 기타공사와 달리 시공상의 책임을 전적으로 시공사가 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저가낙찰제나 종심제는 예정 가격 대비 80%대로 낙찰을 받기 때문에 공사비 증액 사유 발생 시 설계변경 인정 가능성이 크지만 기술형입찰은 통상 예가 대비 100%대로 낙찰을 받기 때문에 증액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평택 평화예술의 전당 건립 사업’ 유찰은 앞으로 건축분야 기술형입찰 유찰 사태의 신호탄이란 평가를 하고 있다. 토목 분야와 달리, 건축 공사에서 차지하는 철근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당장 다음 달 1일 PQ를 마감하는 초미니 턴키 곡성군 청사 건립공사(304억원)도 유찰이 확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도 관급금액은 0원으로 자재를 시공사에서 직접 사들여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A 건설사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종심제 아파트 견적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전체 자재 중 철근 1개의 비중만 직접공사비의 6.5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00세대 12개 동 연면적 16만7662㎡ 아파트 건설을 가정했을 경우다. 철근 설계금액을 71만7000원으로 가정했을 때 이 아파트 건설에는 총 1만3400톤이 투입되는데 총 금액은 96억780만원으로 산출된다. 이때 철근 가격이 30만원만 인상되면 철근 자재금액은 무려 136억27800만원으로 급증하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철근가격은 톤당 110만원을 기록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고, 6월 중엔 130만원을 돌파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올해 추진 중인 건축 기술형입찰 공사만 9건, 1조3816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건축ㆍ시스템분야 1,2공구(6313억원)이 발주를 준비 중이고, △충남국제전시컨벤션센터 건립공사(1328억원) △대전 베이스볼 드림파크 조성공사(1200억원), △국립새만금수목원 조성사업(1123억원), △한전 공과대학 건립공사 1단계(1023억원)도 발주를 추진 중인데 모두 사업비 증액이 필요한 입찰 군으로 꼽힌다.
심의를 앞둔 건축분야 기술형 사업은 건설사가 적격사나 낙찰사로 선정이 된 들 적자 수주 우려가 크다는 전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초기 대응에 실패한 정부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또 다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국제 원자재 가격이 점진적으로 상승해온 것은 건설업계 관계자라면 누구라도 알고 있었다”며 “상황을 기민하게 파악하고 미리 대비를 해야 했었는데 지금 와서 뒷북정책을 발표해 어떤 정책을 낸 들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엽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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