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 130만원 돌파 전망도 나와
현대제철은 기준가 체제 변경 요청
전고점을 뚫은 철근 거래가격이 얼마나 더 고공행진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8일 t당 100만원대에 올라선 철근 가격은 불과 사흘 후인 21일 110만원을 기록하면서 13년 만에 역대 최고가(종전 2008년 7월 108만원)를 경신했다.
이번 철근 대란은 2008년과 달리, 국제 원자재 가격 폭등에 극심한 수급 불균형까지 맞물려 있어 당장 진정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24일 건설 및 철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일단 다음달 중순까지 상승 랠리가 지속되고, 가격도 130만원은 넘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주장의 배경으로는 수입산과 국내산 할 것 없이 철근 재고의 급격한 감소가 자리한다.
우선 수입 철근의 경우 이달부터 중국산 수입이 사실상 막히면서 재고 물량이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이달 중순 기준 인천항 수입 철근 재고는 6만8000만t 정도. 매주 6500t씩 물량이 사라지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5만t 밑으로 주저앉았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이달에 국내 수입된 철근은 5900t. 해당 물량은 모두 이월 통관이며, 5월에 신규로 계약된 물량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대로라면 6월 중순에는 수입 재고는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우려된다. 한 수입철근업체 대표는 “중국산을 대체하기 위해 대만산을 알아보고 있지만, 이른 시일 내에 수급은 어렵다. 하반기까지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산 재고도 소진되고 있다. 특히 지난 11일부터 국내 철근생산의 30%를 책임지는 현대제철의 당진공장이 사망사고로 가동이 중단되면서 재고 감소는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고용노동부가 통보한 당진공장 가동 중단은 내달 2일까지이지만, 특별감독에 따라 기한이 연장될 수도 있다. 특별감독이 종료된다고 하더라도 정상가동까지는 일주일이 소요된다. 당진공장의 하루 철근 생산량은 3500t으로, 지금까지 대략 4만t 규모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제강업계 관계자는 “수입 철근이 빠르게 소진되는 가운데 국내산 철근 재고량도 14만t이 무너진 상황”이라며, “재고분의 절반에 달하는 물량이 실종되면 수급불안에 따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준가격 체제 바뀌면 수급 풀릴 수도
다만, 변수는 존재한다. 현대제철이 건설업계에 제시한 기준가격 체제 전환에 따라 철근 생산이 늘어날 수도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20일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에 분기별로 고시되는 철근 기준가격에 원자재 가격 변동을 반영하자고 요구했다. 원자재 가격의 급등락이 철근 수급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니, 원자재 가격이 5% 이상 변동하면 다음달 기준가격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반대급부로 기준가격 고시체계가 전환되면, 형강 생산 라인을 철근으로 돌려 수급에 대응할 것을 약속했다.
이를 두고 건설업계 내에서는 의견이 갈린다.
“제강사에서 유통사에 제공하는 유통향 철근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기준가만 방치하면 현장의 납품이 지연된다. 유통가격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기준가를 일부 상향시키는 것이 맞다”고 찬성의 뜻을 내비치는 건설사가 있는가 하면, “10여년간 이어져 온 기준가격 체제를 제강사 우위의 시장에서 단번에 바꿀 수 없다“는 불만도 상당하다.
한편, 유통업계에서는 정부가 너무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한다. 철근 유통사 대표는 “철근 수급대란이 벌어진 이후 조달청이 내놓은 대책이란 것이 ‘관급자재 우선 지급’이었다”면서, “철근 유통물량의 90%가 민간 현장에 들어가고, 결국 물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텐데도 정작 정부가 아직도 개입을 하지 않는 게 의아하다”고 꼬집었다.
최지희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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