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건설경제>가 보도한 간이형 종합심사낙찰제 중간점검 이후로 조달청의 제도 개선 조치들이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임=본지는 지난 7월14일 1면과 6면에 걸쳐 [도입 반년, ‘간이 종심제’ 중간점검] 기획을 보도했습니다. 기사를 통해 간이 종심제 낙찰률 상승 효과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과 함께 조달청의 종심제 입찰결과 일부 공개 논란, 그리고 간이 종심제의 유사담합행위 의혹 등을 보도했습니다. 이후 조달청에서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시설공사 입찰 과정에서 불거진 유사담합행위 근절은 물론, 업계의 요구에 발 맞춰 입찰결과도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제도 개선에 착수한 것입니다.
황=조달청 발주공사의 종심제 입찰정보 투명화는 건설업계의 숙원 사항 중 하나였죠. 조달청 발주 종심제 입찰 참여사는 개찰 후 균형가격, 무효업체 수 등 핵심정보가 발표되지 않아 심사 1순위사가 어디인지 파악할 수 없어 답답함을 호소했는데요. 입찰 정보들이 공개되면 개찰 후 수주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수주사는 계약을 준비하고 그렇지 않은 회사는 다음 입찰에 전력을 기울일 수 있게 됩니다. 무효사유를 파악해 후속 입찰에선 ‘무효’ 입찰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건설사 견적능력 향상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임=이 두 가지 제도 개선 조치들은 얼핏 보면 서로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 가지 연결고리가 있습니다. 바로 건설사의 견적역량 확보입니다.
황=종심제가 운찰제로 전락하면서 견적역량 확보에 투자를 해 회사의 능력을 높인다고 해도 수주 가능성도 함께 상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중소건설사들은 중소건설사들이 자체적인 견적역량 확보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죠. 여기서 입찰 대행 서비스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입찰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체 견적팀을 운영하는 것보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시설공사 입찰에 참여해 수주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되죠. 가뜩이나 박한 공사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임=입찰과 관련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장기적으로도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영세한 개인 입찰대리업자에게 입찰을 맡길 경우 자신도 모르게 본인의 입찰내역이 유사 담합행위에 사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번 조달청의 고강도 개선조치가 시행되면 건설사 입장에서도 견적역량 향상을 위한 투자를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안일한 생각으로 대리업자에게 전적으로 입찰을 맡길 경우 자신의 내역입찰 서류들이 유사담합의 도구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간이종심제 건축ㆍ토목 입찰시장 온도차 뚜렷
한=간이 종심제 제도 개선 움직임에 이어 이번에는 낙찰률에 대해 이야기해 보죠. 건축과 토목 공정에서 극명하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요.
황=LH가 올들어 발주한 건축 간이 종심제는 3건입니다. 모두 건설업체들의 참여률이 저조한 데다 낙찰률은 90%가 넘는 기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창녕말흘 1BL 아파트 건설공사 1공구’는 참여사가 4개였고, 예가 대비 95.714%를 써낸 디케이㈜가 낙찰자로 결정됐습니다. 이어 ‘나주이창 행복주택 건설공사 1공구’는 9개사가 참여해 예가 대비 93.910%를 써낸 ㈜남영이 낙찰자로 선정됐네요. 최근 개찰한 ‘하동광평 1BL 아파트 건설공사 1공구’ 2개사가 참여해 예가 대비 94.493%를 써낸 둔산건설㈜이 낙찰자로 결정됐습니다.
임=건축 공정과 달리 토목은 참여사가 많아지고 경쟁도 치열해지는 분위기입니다. LH가 올해 처음으로 발주한 토목 간이종심제 공사는 기존과 같은 정상적인 흐름을 보였습니다. ‘시흥장현 동서로 방음시설 설치공사’는 입찰에 86개 업체가 참여해 건축과는 대조를 보였습니다. 낙찰자로는 예가 대비 80.728%를 써낸 엘에스건설로 결정됐네요.
한국도로공사 토목 물량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리모델링(포장) 공사에 이어 하이패스IC 설치공사를 발주했는데, 입찰에 194개 업체가 참여하며 성황을 이뤘습니다. 최근 가격심사 1순위 업체를 결정했는데요. 예가 대비 82.045%를 써낸 ㈜특수건설이 종합심사를 받고 있습니다.
한=건축 공정에서 잡음이 자꾸 나오네요. 앞으로도 이런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나요.
임=우선 발주처인 LH와 업계 간의 시각차를 줄이지 않으면 건축공정에서는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LH는 업체들의 참여가 저조해도 충분히 공사를 수행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분위기입니다. 업계와는 다른 시각인데요. 앞으로 건축 공정에서 간이 형종심제 발주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연말이 다가올수록 수주를 해야 하는 업체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투찰률을 낮출지도 관심사네요.
황=중소건설사들이 많이 참여하는 공사인데, 설계비를 비현실적으로 낮게 책정하면서 간이 종심제 도입 취지를 발주처가 스스로 흐리고 있는 격이네요. 공사 발주가 최저가로 이뤄져 예산을 절감하는 게 우선이 아니라 기술력을 갖춘 업체가 참여해 제대로 공사를 이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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