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듯한 工期에 LH가 묵인해놓고…‘뒷북 처분’ 억울”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무더기 벌점 부과를 앞둔 건설사들은 저마다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면서도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감사원 보고서에 지적된 사안 대부분은 시공 당시 LH 감독관이 이해하고 지시한 것들이라는 주장이다.

LH가 각 건설사에 통지한 벌점 내용은 △완충재 품질시험 실시 전 인정구조 시공 △견본세대 성능시험 전 본시공 착공 등이다.

건설사들은 공기 준수라는 절대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감독관 허락 아래 이루어진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벌점을 부과받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완충재 품질시험을 의뢰한 뒤 시공 준비만 했는데도 벌점 통보를 받은 곳도 있다. A건설사 관계자는 “품질시험 결과가 나오면 곧바로 바닥공사를 하려고 준비만 했다. LH 감독관에게도 설명을 했고 허락을 받았다. 그런데 감사원은 이마저도 본공사로 이해하더라. 더욱 억울한 것은 LH가 벌점을 부과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B건설사는 LH 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견본세대 성능시험을 생략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이것이 벌점 대상이 됐다. B건설사 관계자는 “같은 지구 내 아파트 건설 때는 견본세대 성능시험을 실시한 바닥재와 동일한 제품을 사용할 경우 생략할 수 있다고 감독관이 이야기해 시험을 생략하고 시공했다”면서 “나중에 알고 보니 성능시험 유효기간이 1년이더라. 우리가 사용한 제품은 1년 반이 지났다. 부랴부랴 성능시험을 했지만 결국 벌점을 맞았다”라고 씁쓸해했다.

견본세대 성능시험의 현실적인 문제점도 제기됐다. C건설사 관계자는 “성능시험을 하기 위해선 입주 때와 똑같은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창호 등은 LH의 지급자재들이다. 지급자재들이 늦게 오면 성능시험을 할 수 없다”면서 “어찌 보면 LH의 잘못인데, 벌점은 우리가 맞았다”고 토로했다.

사실 현장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완충재 품질시험과 견본세대 성능시험이 기준대로 지켜지지 않은 이유는 빠듯한 공기에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LH 아파트 현장은 입주와 맞물리기 때문에 공기 준수가 절대적이다. 감독관도 이 부분에는 양보가 없다”고 귀띔했다.

건설사들은 절차에 따라 내달 9일까지 벌점 부과에 대한 소명을 할 예정이다. D건설사 관계자는 “벌점 부과 정도에 따라 입찰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면서 “감사원의 조치 통보에 따라 벌점을 부과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이해되지만, 현장의 사정을 잘 아는 만큼 감경조치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벌점은 LH에서 발주되는 모든 주거시설 공사 입찰 시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며, 특히 종심제 고난이도 공사입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정회훈기자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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