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 감사원 지적따라 입찰공고 3건 취소 여파

한국은행, 월세방에서 ‘칠순 잔치’ 해야 할 처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 준공 늦어져 시설 확충에 빨간불

‘올림픽스포츠 콤플렉스’도 준공 뒤로 밀리며 신사업 지연 우려

 

 

감사원과 기재부, 조달청이 함께 빚어낸 입찰행정 난맥으로 6600억원 규모의 대형 공공투자 사업이 공회전을 거듭하게 됐다.

15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대형 공공투자 사업의 지연은 얼마 전 조달청이 감사원 지적을 받아들여 입찰을 취소한 실시설계 기술제안 입찰 3건으로 △한국은행 통합별관 건축공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 신축공사 △올림픽스포츠콤플렉스 조성공사다.

입찰행정 난맥으로 일어난 이번 사태 여파로 사업 일정이 크게 지연되면서 수요기관의 구상에 적지 않은 차질이 빚어지는가 하면 공공 서비스도 제때 제공하지 못하게 됐다.

대형 공공투자 사업의 지연 때문에 업무에 크고 작은 혼선이 불가피한 수요기관은 수요기관대로, 시간과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건설사는 건설사대로, 공공 서비스를 누려야 하는 국민은 국민대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내년 창립 70주년을 맞아 ‘칠순 잔치’를 총사업비 3600억원을 들여 새로 신축한 통합별관에서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정가격 초과 입찰 논란이 불거지면서 입찰공고 이후 현재까지 2년 가까이 첫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소송전에 나설 것으로 전해지면서 착공 시기를 기약할 수도 없다. 한은은 내년 ‘칠순 잔치’를 꼼짝 없이 월세방에서 치러야 할 처지다.

이미 처리 능력이 한계에 다다른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총사업비 2024억원 규모의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는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이미 지난해 개원해 현재 한창 가동 중이었을 테지만, 한은 통합별관과 같이 언제 공사에 들어갈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는 지난 2016년 턴키(설계ㆍ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처음 추진됐다. 그러나 입찰에 대우건설 단 1곳만 참여하면서 세 차례나 유찰을 거듭했고, 결국 기본·실시설계에 착수해 지난해 실시설계 기술제안 방식으로 입찰에 부쳤다. 설계심의까지 완료하면서 낙찰자 선정을 눈앞에 뒀지만, 예정가격 초과 입찰 논란을 피해 가지 못하면서 또다시 발목이 잡혔다.

총사업비 987억원 규모의 ‘올림픽스포츠콤플렉스’도 답답한 건 마찬가지다. ‘올림픽스포츠콤플렉스’는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올림픽회관과 올림픽파크텔의 지하 주차장을 증축하고, 리모델링을 실시하는 사업이다.

  수요기관인 서울올림픽기념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입주 후 다양한 신사업을 선보인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신사업의 기반이 될 ‘올림픽스포츠콤플렉스’에 언제 입성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지면서 신사업도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공공투자 사업은 입찰 등의 추진 과정에서 한번 삐끗하면 수년의 시간을 허송세월하게 된다”며 “일정 지연에 따른 피해는 수요기관과 건설사, 국민이 떠안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박경남기자 knp@

〈건설을 보는 눈 경제를 읽는 힘 건설경제-무단전재 및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