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 공사비ㆍ입찰기준 까다로운 관급공사 떠나 '대체시장' 모색

 # 인천지역에 기반을 둔 Y건설은 2014년부터 부동산신탁 도급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300억원 이상 공공 건설시장이 최저가낙찰제에서 종합심사낙찰제로 전환되고 입찰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수주 가능성이 낮아지자 대체 시장을 찾아나선 것이다. 신탁사들이 주도하는 도급시장은 기존 민간사업에 비해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작고 마진은 높은 편이다. 이 회사는 최근 4년간 전국에서 신탁 도급사업 6건을 수주했다.

 

 공공 건설시장의 까다로운 입찰기준과 박한 공사비를 피해 부동산신탁 도급사업에 뛰어드는 중견업체들이 늘고 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순위 300위권의 2∼3등급 건설사들이 관급공사를 떠나 민간의 신탁도급공사로 속속 옮겨가는 분위기다.

 경기지역 D건설은 이달 중 한국토지신탁이 발주한 300억원 규모의 제주지역 주택사업 수주를 앞두고 있다. 관급공사만 하던 이 회사의 1호 민간 신탁 도급사업이다.

 관급 위주로 영업을 해왔던 D개발의 경우에도 최근 1년새 주력시장을 신탁 도급시장으로 전환했다. 이 회사 임원은 “공공물량이 줄어드는 데다, 종합심사낙찰제 시행으로 현장배치기술자 기준 등이 높아져 사실상 2∼3등급사들의 수주가 어려워졌다”며 “관급업체를 선호하는 신탁시장으로 주력시장을 바꿨다”고 말했다.

 신탁 도급공사는 지역 기반인 중견건설사의 사업 영역을 전국으로 확장하는 효과도 있다. Y건설 임원은 “땅값이 비싼 수도권은 자금력이 좋은 대형사를 요구하지만 상대적으로 지방에선 중견사에도 수주 기회가 열려 있다”며 “관급공사만 해선 지역을 벗어나기 힘들지만 신탁공사에선 영업범위 제약이 없어 전국구로 성장할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중견건설사들이 신탁도급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그만큼 이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 개발방식의 하나로 ‘차입형 토지신탁’이 각광을 받으면서 부동산신탁사들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고객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신탁사업을 관리하는 ‘관리형 토지신탁’과 달리 차입형 토지신탁은 신탁사가 개발자금을 직접 투입해 분양 또는 임대사업을 벌이는 방식이다. 신탁사들은 공사비를 우선 조달하는 대신 조달 자금에 대한 이자와 높은 수준의 신탁 수수료(통상 4∼4.5%)를 받는다. 신탁사 입장에서 2010년 15%에 그쳤던 차입형 토지신탁 비중이 지난해는 부동산시장의 활황을 타고 50%를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신탁공사는 도급 건설사들이 8∼10%의 수익률을 낸다. 신탁사들도 관급공사를 해온 건설사들을 선호한다. 상대적으로 재무상태가 좋고 발주자의 요구에 순응적이어서다.

 하지만 설계변경 등의 리스크를 전적으로 시공사에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 또 공사비의 10∼15%(지방 기준)를 자산유동화대출(ABL)로 조달하기 때문에 분양이 안될 경우 그만큼 공사비를 못받을 가능성도 있다. 경쟁입찰 대신 수의계약 방식이어서 비공식적인 입찰비용이 높은 편이다.

 D건설 관계자는 “관급공사와 비교하면 리스크가 크지만 물량(시장)이 늘고 있고 마진도 비교적 좋은 편이어서 당분간 신탁도급시장 러시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형기자 k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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