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근로자공제회를 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노동부 “법 근거ㆍ요건 충분…투명성 제고 차원”
업계 “명백한 민간기관…공무원 자리만들기 차원”
건설 일용직근로자들의 종합 복지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는 사단법인 건설근로자공제회를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변신’ 시키려는 작업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달 초 국정감사에서 건설근로자공제회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이래, 이 법인을 공공기관화하는 작업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미 기획재정부에 공공기관 지정을 신청했고, 기획재정부는 앞으로 ‘공공기관 지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한 뒤 심의를 거쳐 이르면 내년 1월 중 지정고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지난 1996년 말 제정된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듬해인 1997년 설립된 사단법인으로, 근로자들의 퇴직금 조성ㆍ지급을 위한 퇴직공제사업과 각종 교육훈련 및 복지증진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 9월말 현재 퇴직공제부금이 1조3661억원에 이르고 있고, 퇴직금 수혜를 입을 피공제자는 328만여 명에 이른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년 공공기관 검토대상 기관의 현황조사를 벌인다”며 “고용노동부 소관 기관인 공제회를 공공법인 대상으로 신청할 만한 법적 근거와 요건이 충분하다고 보고 대상기관으로 통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제회가 공공기관으로 재탄생하면 투명성 및 업무효율성 제고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공기관화 작업의 타당성이나 기대효과, 문제점 등은 기획재정부 위원회가 판단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공공기관화 움직임에 대해 건설업계와 건설사업주단체 등은 분명한 반대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관련 법률에서 사업주단체를 공제회의 사업 주체로 명시하고 있을 만큼 명백한 민간조직인데다, 설립 과정에서 건설단체가 적지않은 자금을 출연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는데 이제 와서 고용노동부가 산하 공공기관으로 끌어들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10여 개 이상의 협회ㆍ조합은 “공제회는 철도나 전기 같은 독점적ㆍ배타적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이 아닌, 일용근로자들의 상호부조와 복리증진을 위한 민간조직”이라며 “퇴직공제제도 도입 초기에 건설관련 공제조합들의 전국 지점에서 지부 업무를 대행하는 등 사업주단체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사업주단체를 대표하는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공제회가 공공기관화 되면 사업주들의 의견이 의사결정에서 배제되고 결국 부금 납부나 인상 등 사업추진 과정에 저항이 예상돼 정상적인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또 “건설단체의 자율성이나 전문성을 보장하겠다는 규제완화 정책에도 부합하지 않는데다 군인공제회나 교직원공제회 등 다른 공제회와 형평성을 고려해봐도 공공기관 지정방침을 철회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지적했다.
강팔문 공제회 이사장도 “정부 출연이 아닌 민간건설업계 출연으로 태동했고 모든 기금의 재원도 건설사 부담으로 마련되고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화 논의는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공제회 운영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밖에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노동조합과 국토해양부 등 다른 이해 당사자들도 공제회의 설립목적 및 사업내용 등으로 볼 때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공제회 설립 이후 12년이 지난 시점에서 사업규모가 커지고 운영이 안정 궤도에 들어서자 이제와서 산하기관으로 삼겠다는 발상은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이라며 “고용노동부 고위공무원들을 위한 자리 만들기나 전형적인 부처 이기주의로 받아들여질 공산도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