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업비 5조원 이상으로 수직상승…물가특례서는 제외
시공ㆍ투자자 등 민간 사업자에서 부담 전가되는 구조로 변질
[대한경제=정석한 기자] 수도권 교통대책의 핵심 축으로 손꼽히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BㆍC노선의 경우 지난해 착공식을 개최하며 화려하게 포문을 열었지만, 아직까지 첫삽을 뜨지도 못한 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새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지원과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수도권 2600만명의 출ㆍ퇴근길을 책임질 GTX가 순항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TX-BㆍC 노선은 각각 2024년 1월과 3월에 착공식을 열었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실제로 공사는 시작되지 않고 있다.
B노선의 올해 본예산은 당초 2968억원이었지만 2차 추경에서 40%(1222억원) 넘게 삭감되며 174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C노선 역시 올해 본예산 265억원 중 실제 집행률은 1%에도 미치지 못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적기 개통도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정부는 2028년(C노선)과 2030년(B노선) 개통을 약속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게 건설업계 중론이다.
정부가 예산 편성ㆍ집행에 이처럼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공사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기준 물가로 산정된 두 노선의 총 사업비는 각각 4조2894억원(B노선)과 4조6084억원(C노선) 정도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영향으로 자재ㆍ인건비가 급등하면서 실제 시공비용은 각각 5조원을 훌쩍 넘은 것으로 계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고, 지난해 10월 민자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코로나19 시기(2021~2022년) 공사비 상승분을 보전해주는 물가특례를 발표했다. 이 조건을 적용하면 최대 4.4% 내에서 금액을 총사업비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숨통이 틔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적용시점 등 요건으로 인해 두 노선 모두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사업성이 축소된 상황에서 정부 지원마저 제한되자 민간 사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GTX-B 노선 민자구간에서는 일부 시공사와 투자기관이 지분을 축소하거나 사업 참여에서 철회했다. C노선 역시 금융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민자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부담이 민간에 과도하게 전가되는 현 구조에서는 안정적인 사업 추진이 어려워 다들 손사래를 치고 있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GTX는 수도권 주거지의 공간확장, 서울 도심권 집중완화, 그리고 3기 신도시의 교통 접근성 확보를 위한 우리나라의 전략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강조해온 수도권 균형발전과 교통복지 실현을 위한 핵심 인프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사업비 조정과 제도 개선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어, 구체적이고 실행력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석한 기자 job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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