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오늘(22일)부터 31일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주택 건설사업 개찰 물량이 3조8000억원을 넘어서며 건설사 공공영업팀이 비상근무체제다. 수천억원대 사업의 개찰이 하루 4∼5건씩 몰리다 보니 심사를 맡은 조달청이나 건설사 모두 허덕이는 모습이다.
21일 조달청에 따르면 이달 LH의 종합심사낙찰제(이하 종심제) 45건 중 16건에 대한 개찰을 마무리하고 남은 물량 소화에 나섰다.
이번 주는 오늘(22일) ‘울산다운2 A-10BL 아파트 건설공사 8공구(추정가격 1754억원)’를 시작으로 4일 동안, 총 13건에 대한 개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추정가격 기준 1조7905억원 규모 물량이다.
그 다음 주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9일부터 3일간 14건ㆍ2조290억원 규모 사업을 소화해야 한다. 특히 29일은 ‘부산명지 A-5BL 아파트 건설공사 2공구(추정가격 3199억원)’를 포함해 총 5건의 개찰이 한 시간 단위로 진행된다.
30일에는 이달 개찰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큰 ‘양산사송 A-7BL 아파트 건설공사 7공구(추정가격 3587억원)’를 포함해 4건이 연이어 개찰한다.
LH 개찰이 10월에 집중되다 보니, 입찰에 참여하는 중견 이상 건설사 50여군데는 허덕이는 기색이 역력하다.
A사 관계자는 “정부의 상반기 예산 조기집행 기조로 국가철도공단과 한국도로공사 등 주요 발주기관의 발주집행이 대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LH만 하반기에 입찰이 몰려 있다”라며, “올해 입찰업무가 조달청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이관이 매끄럽지 않아 발주계획 상당 부분이 9∼10월에 몰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업계는 LH 사업으로만 하루 1시간 단위로 4∼5건의 개찰이 이어지다 보니, 투찰금액을 써내는 눈치싸움으로 하루를 소진하는 모습이다. 투찰에 참여하는 50여개 건설사의 공공업무팀이 사실상 LH 업무만으로 마비상태라는 호소가 나올 정도다. 관련 부서 인력들은 전원 연차까지 반납하며 비상근무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특히 연말 수주실적을 챙기기 위해 견적도 제대로 뽑지 않고 투찰금액을 써내는 이른 바 ‘묻지마 투찰’ 업체까지 속출하며 마음 고생이 얹어졌다. 무효사로 인해 순위가 뒤집히는 상황이 워낙 빈번하게 속출하다 보니 균형가격에 가장 근접한 투찰금액을 써내고도 마음을 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B사 관계자는 “개찰 물량이 몰리다 보니, 우리도 힘들지만 조달청도 허덕이는 기색이 역력하다”라며, “인원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천억원대 사업이 하루 4∼5건씩 개찰이 집중되니 종합심사 1순위 통보가 상당히 늦어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C사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조달청이 LH로부터 발주 계획을 사전에 받아 연중 고르게 분배를 하고, 관련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대단히 비정상적인 상황이 한 달째 이어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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