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안재민 기자]연내 착공을 향해 달려가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에 제동이 걸렸다. A노선과 C노선의 혼합형 사업으로 분류되는 B노선 사업 추진 과정에서 건설출자자(CI)와 재무적투자자(FI) 간 극명한 의견 대립이 발생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중재 없이는 사업 정상 추진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GTX-B노선의 금융조달 구조를 두고 FI와 CI 사이의 협의 절차가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FI인 신한은행이 리스크 분담을 두고 CI인 대우건설 컨소시엄과 마찰을 빚는 탓이다.
GTX―B노선은 인천대입구부터 부천, 여의도, 상봉 등을 거쳐 마석까지 이어지는 광역급행철도다. B노선(82.8㎞)은 용산~상봉 구간(19.95㎞)을 재정사업으로 진행하고, 송도~용산, 상봉~마석 구간(39.94㎞)은 민자사업으로 진행한다.
민자구간 건설에는 대우건설ㆍ포스코이앤씨ㆍ현대건설·DL이앤씨·롯데건설·태영건설·금호건설·동부건설 등이 참여했다. 신한은행은 금융주간사로서 자금 조달과 추후 GTX―B 운영도 담당한다.
시공과 금융조달ㆍ운영의 철저한 분업 방식 덕에 GTX―B노선은 한때 CI주도형과 FI주도형의 장점을 적절히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각광받기도 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이 하이브리드 방식이 발목을 잡았다. CI와 FI 입장 차이가 발생한 탓이다. 쟁점은 시공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추가 자금 부담을 누가 지는가 하는 부분이다.
FI인 신한은행은 GTX―B가 어디까지나 대우건설ㆍ포스코이앤씨 등 건설사들이 주도하는 CI주도형 사업이기 때문에 CI 측에서 자금 제공의무가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GTX―B 사업 진행 과정에서 약속된 비용 외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경우 대우건설 컨소시엄의 비용 부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시공사들은 GTX―B사업은 명목상 CI 주도일 뿐 실질적인 주간은 신한은행, 즉 FI라는 입장이다. 실제 사업의 판을 꾸린 것이 신한은행이기 때문이다.
FI 주도 사업인 GTX―A노선에서는 건설사들이 시공만 책임지고 그 외의 리스크는 신한은행이 부담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자업계 관계자는 “이 사업은 초기부터 CI와 FI의 시각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던 사업인데 정부가 안이하게 생각했던 측면이 있다”며, “신한은행은 자금 조달 과정에서‘통상적인 CI 주도형 사업’으로 홍보했지만, 건설사들은 이 사업을 FI 주도형으로 인식했던 것이 명백했는데 이런 점이 간과됐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민자 사업 수익률이 악화한 것도 CI와 FI 갈등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업 수익률이 양호하고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감내했던 리스크지만, 최근같이 시장 상황이 애매한 상황에서는 서로 리스크를 떠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한은행 입장에서는 시장 상황이 2018년 GTX―A 노선 사업권을 딸 때처럼 공격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인데, 건설업계 역시 현금 유동성 악화로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건설사와 금융사 간 냉랭한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GTX―B 노선의 연내 착공이 불투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조건에 합의가 되지 않으면 건설공사를 위한 도급계약 체결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GTX―B 시공단 관계자는 “정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건설사와 금융사가 연내 착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조만간 합의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민 기자 jm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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