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4차유찰 일주일만에 결정

조달청에 계약부담 전가 비판 가중
컨소시엄 참여한 건설사들 '당혹'
현대차그룹 사업성 심의도 걸림돌

 

가덕도 신공항 부지 전경 / 사진: 연합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단군 이래 최대 규모 수의계약으로 기록될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가 건설업계에 일대 혼란을 불러왔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물론 관계 기관도 국토부의 예상치 못한 빠른 움직임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일부 전문가들은 수의계약 과정에서 국토부가 조달청으로 떠넘기기 행정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했다.

18일 국토교통부와 조달청, 관련 업계는 추석 명절 이후 본격화될 추정금액 10조5300억원 규모의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 대한 수의계약을 앞두고 분주한 모습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5일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단독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제출로 4차 공고마저 유찰된 이후 일주일 만에 수의계약 전환을 결정하고 조달청에 절차 진행을 요청했다.

수의계약 전환 결정까지 최소 한 달의 시간 소요를 예상했던 건설업계는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오는 10월 국정감사 정면 돌파를 결정한 국토부의 선택도 의외라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대한경제〉가 국토부 전 고위 공무원 4명에게 이번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의 수의계약 전환 절차의 적합성을 문의하자, 모두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국토부가 발주한 턴키(설계ㆍ시공 일괄입찰)를 수의계약으로 전환한 사례가 없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으로 꼽힌다.

A씨는 “턴키는 낙찰자를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설계적격자를 선정하는 입찰제도인데 지금 국토부가 설계도서가 없는 상태에서 최초의 수의계약을 진행하려 하고 있다. 상당한 업무 혼선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가 계약의 부담을 조달청으로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B씨는 “현대건설이 제출한 안만 갖고 공사 기초금액을 도출해야 하는 담당 공무원의 부담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이를 염두에 둔 국토부가 가격 협상의 책임을 전부 조달청으로 떠넘긴 것처럼 보인다. 현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현명하지 못한 계약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수의계약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며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리스크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건설업계는 국토부에 △설계 및 공사기간 연장 △시공능력평가액 10대사 간 공동도급 제한 조건 완화 △선금 지급 및 기성 조건 완화 △연약지반에 대한 설계변경 허용 등을 요구한 바 있으나 모두 제대로 수렴되지 않았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한 구성원사 임원은 “무응찰 유찰 이후 정부가 압박을 넣어 현대건설이 부랴부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한 것일 뿐 공기연장에 따른 간접비 조건과 설계비 등에 대한 협의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라며 “이 상태로 수의계약이 체결되면 안 된다. 지역사들은 도산 가능성도 있다”고 토로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차원의 사업성 심의도 관건이다.

현대건설은 현재 일정 규모 이상 사업을 추진할 때 그룹의 사업성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가 차수별로 예산을 확보하는 장기계속공사인 점을 감안하면 공사 피크시점에 1조원 상당의 현금이 묶일 가능성이 있어 그룹 심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복남 서울대 건설환경종합연구소 교수는 “재정 여력 저하와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정책으로 적기 예산 동원이 어려운 상황이라 공기 지연은 그대로 빚이 된다”며 “특히 이 공항의 경제성에 회의를 가진 국민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건설이 짊어질 리스크가 대단히 크다. 정부가 이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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