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정석한 기자] 해마다 SOC(사회기반시설) 예산 불용액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이유는 설계ㆍ공사 발주가 늦어지거나 총사업비 협의 지연, 환경영향평가 협의 지연 등 착공 전 절차 이행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민원ㆍ보상 문제 등으로 예산을 제때 투입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도 있다. 여기에다 실제 사업 추진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쪽지 예산으로 배분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렇다보니 SOC 예산 불용액은 중장기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SOC 예산 불용액을 보면 지난 2020년 2486억원 발생한 이후 이듬해 5814억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고, 2022년에도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하며 6490억원까지 불어났다.

지난해 들어서는 3324억원 수준으로 줄었지만, SOC 예산은 집행 과정에서 워낙 변수가 많은 탓에 올 들어 다시 증가세로 전환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SOC 예산 불용액 증가가 건설공사 물량난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고, 이는 곧 건설업계 전반의 경영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최근 정부는 내년 SOC 예산으로 지난해(26조4000억원)보다 3.6% 줄어든 25조5000억원을 편성해 건설업계 아쉬움을 샀다. 산술적으로 불용액만 줄인다면 26조원 이상의 효과를 SOC 예산 편성 효과를 볼 수 있는 셈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SOC 예산 증액과 더불어 불용액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경기 위축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폭염ㆍ혹한 등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 시설물의 노후화에 따른 피해도 증가하고 있어 관련 SOC 예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경우 2022∼2023년(회계연도)부터 탄소저감과 기후변화 대응, 지역간 경제성장 등을 지원하기 위해 공공 인프라 투자 규모를 과거 10년 평균 대비 50% 상향조정했다. 이를 벤치마킹해 국민안전 확보와 미래 경제성장을 꾀해야 한다는 게 건산연의 설명이다.

실제 영국 국가인프라위원회(NIC)는 공공투자 규모를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200억파운드에서 2030년대와 2040년대에는 300억파운드로 증액해야 한다고 제시했고, 영국 정부는 2022~2023년부터 2024~2035년까지 300억파운드까지 늘리기로 했다.

엄근용 건산연 연구위원은 “SOC 분야 결산액을 살펴보면 매년 지속적으로 불용액이 발생하고 있고, 2020년부터 확대되고 있다”며 “내년도 SOC 예산은 불용액 등을 감안할 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후변화 대응과 미래 성장을 위해 인프라 투자 확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석한 기자 job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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