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종 실적 보유한 업체로

입찰참가 제한때 수도권 독식"
적격심사 구간 최대한 확보 가능
 

 

지난 7월 트램(노면전차) 차량의 주행성능을 시험 중인 대전교통공사 / 사진: 대전교통공사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지난 6월 인천대 경제학과 양준호 교수 연구팀이 ‘가덕도신공항 건설의 경제성 분석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를 살펴보면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으로 발생하는 28조3321억원의 생산유발효과 가운데 부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2.1%(3조4378억원)에 불과했다. 오히려 39.3%(11조1233억원)가 서울에 집중됐다. 부가가치유발효과도 전체 7305억원 중 서울이 36.7%로 가장 많았고 부산은 14.3%에 그쳤다.

부산 지역 건설업계도 이 사실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지난 8일 부산상공회의소는 지역 건설업계 대표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윤상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이사장 초청 간담회를 열고 지역 업체 참여 비중 확대를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건설업계 대표들은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와 관련해 유찰된 1·2차 입찰에서 지역 건설업체 참여 비율이 11%에 불과했다면서 3차 입찰에서는 더 많은 지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토교통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사업의 1차 공고가 나오기 전인 4월 개최된 업계 간담회에서 국토부는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우대는 할 수 있으나, 의무공동도급 비율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책사업이란 이유에서다.

지역 건설산업이 위기에 봉착한 현재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노면전차) 건설사업(총사업비 1조4732억원 추정)’은 가덕도 사업과 대비되며 빛을 발한다.

대한건설협회 대전시회 및 지역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대전시에 분할 공구 발주를 합리적으로 요구했고, 이를 대전시가 받아들여 적극 행정을 펼친 결과가 9월 초 첫 입찰 공고를 통해 가시화될 전망이다.

최문규 대전시회장은 “현재 지역사 중 토목공사 철도 공종 시공실적을 보유한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현행 지방계약법을 적용해 발주기관에서 철도 공종 실적을 가진 업체들만 참여할 수 있도록 입찰참가자격을 설정할 경우, 수도권의 특정 업체들이 사업을 독식하는 결과가 빚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공구 중에는 철도 실적이 필요 없는 구간도 있었다. 이 부분을 이장우 대전시장도 충분히 공감했기에 적격심사 구간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처음 이 사업은 턴키(설계ㆍ시공 일괄입찰) 방식의 4개 공구로 발주될 예정이었다. 이 경우 지역에서 계룡건설산업을 제외하면 입찰 참여 업체가 나올 수 없어 사실상 수도권 대형사들의 수주전으로 사업 성격이 전환될 가능성이 컸다.

이에 대전시회는 대전 지역 내 건설업계 541개사 중 발주방식에 따른 참여가능 업체수를 꼼꼼히 계산해 대전시에 건의했다. 적격심사로 일반발주(3년간 토목기성액)할 경우, 실적발주(10년간 철도실적)할 경우에 비해 참여 업체수가 6배(20개사→122개사) 이상 늘어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역 건설산업 활성화를 유념에 두고 있던 대전시도 이 점을 수긍했다.

연초까지만 해도 턴키 방식 2개 공구 외에 종합평가낙찰제(이하 종평제) 방식 10개 공구, 적격심사 방식 2개 공구 등 총 14개 공구로 발주하는 안을 검토했지만, 종평제 구간이 지나치게 많다는 의견이 나오자 다시 수정했다.

그 결과 최종 확정된 방식은 15개 공구 중 턴키 방식 1개 공구, 적격심사 10개 공구, 종평제 4개 공구다. 300억원 미만 공구가 10개로 늘어나며 지역사가 주간사로 참여해 실적을 확보할 기회를 얻게 됐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4대강 사업 이후 다수의 특별법을 통해 지역업체 참여를 의무화하다 보니 지역사 참여가 강제로 보장되고 있다는 착각이 드는 것일 뿐 실제로 지역사 참여가 보장되는 좋은 사업은 얼마 없다”며 “대전 트램 사업을 기점으로, 기본설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분할발주 타당성 검토’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면 지역건설사 일감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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