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박흥순 기자] 예전과 달리 종잡을 수 없는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도깨비 장마’가 2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오락가락 내리는 비에 건설현장마다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건설현장은 작업의 대부분이 야외에서 진행돼 날씨에 민감하다. 일기예보에 비 소식이 있을 경우 콘크리트 타설·양생·건조 공정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렵고, 비가 내리면 작업이 중단돼 가뜩이나 짧은 공기(工期)가 더 줄어든다.

 

 

건설근로자가 비가 내리는 날 작업하는 모습.(사진은 기사와 직접 연관 없음) /사진:연합뉴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여름 폭우와 폭염이 동시에 나타나고 아열대 기후의 ‘우기’와 유사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시공품질 관리와 공정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건설현장 대부분은 철근콘크리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날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콘크리트는 타설 후 양생 및 건조 작업이 필수적이며 건축물의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양생·건조 과정이 문제없이 진행된 콘크리트는 건축물의 하중을 충분히 버티고 내부 철근을 보호하는데 문제가 없다. 반면 콘크리트에 과다하게 물이 섞일 경우 부실공사의 위험이 커진다. ‘물탄 콘크리트’는 강도가 약하고 배근된 철근과 원활하게 결합하기 어렵다.

지난해에는 서울 한 건설현장이 폭우가 내리는 와중에 콘크리트를 타설한 것이 문제가 돼 공사가 중단되고 지자체의 점검을 받기도 했다.

때문에 건설현장에서는 수시로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공정을 진행한다. 비 소식이 있을 경우 콘크리트 타설과 레미콘 주문을 중단하고 안전을 고려해 작업을 멈춘다.

하지만 최근 장마가 예년과 다른 경향을 보이고 일기예보에서 확인할 수 없는 국지성 호우가 빈번해지면서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

수도권 한 건설현장 관계자는 “일기예보를 토대로 콘크리트 타설 계획을 세우고 레미콘을 발주한다”며 “일기예보가 빗나가 갑자기 비가 내리면 작업이 중단돼 콘크리트를 타설하지 못한다. 레미콘 비용만 지불하고 콘크리트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일기예보를 빗나가는 도깨비 장마는 작업 진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기예보에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해 레미콘 주문을 취소했는데 실제로 비가 내리지 않아 시간만 보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 기상청은 10일까지 전국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으나 중부지방에는 새벽부터 비가 내리지 않았다.

해당 관계자는 “비가 올 것으로 예보돼 야외작업을 취소했는데 비가 내리지 않는 경우 공정률에 문제가 생긴다. 가뜩이나 공기도 빠듯한데 일기예보가 빗나가면 공정률을 올려야 하는 시점에 귀중한 시간만 허비하게 된다”며 “한두 번으로 문제가 생길 수준은 아니지만 반복될 경우 일정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된다. 공기 지연으로 인한 배상금 문제와 함께 돌관공사를 유발할 우려도 있다”고 토로했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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