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박흥순 기자]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반복되자 정치권에서 사업자의 징계수위를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이에 건설업계는 처벌보다 현실적으로 안전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달라는 입장이다.

 

 

사진:연합뉴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건설산업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사업자가 의무를 불이행하거나 고의·과실로 부실시공을 하는 경우, 정부나 지자체가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안이다.

의무불이행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공상세도면의 작성 의무를 위반할 경우 △품질시험 또는 검사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을 경우 △안전점검을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이에 따른 행정제재수준은 영업정지 기간 6개월이나 이에 갈음하는 과징금 1억원이하다. 고의·과실로 인한 부실시공은 과징금 최대 5억원이다.

국회는 이런 행정처분의 수위를 높여 건설현장의 안전을 담보하겠다는 계산이다.

개정안은 영업정지 기간을 최대 1년, 과징금 상한을 2억원으로 상향하고 고의나 과실로 인한 부실시공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최대 10억원으로 인상하는 것이 골자다.

김학용 의원을 포함해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은 “행정상의 제재에도 건설현장의 안전사고가 반복되고 있고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하는 건설사업자에게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이 낮아 제재효과가 미미해 행정제재의 수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행정처분의 수위 상향이 건설현장의 안전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실제 지난해부터 강력한 징계수위를 갖춘 중대재해처벌법이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건설사업장에 시행됐지만 일선 현장의 안전사고와 부실공사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50억원 이상 건설현장의 사망자수는 5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7명) 늘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처벌 수위를 높이는 ‘엄벌만능주의’로는 공사현장의 안전사고와 부실시공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규제·처벌에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기본을 지키는 기업이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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