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운정역 환승주차장 공사

발주처 착오로 수정 또 수정

입찰 지연에 건설업계 ‘혼돈’

 

 

[대한경제=임성엽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입찰행정이 공공건설 업계의 인내심을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300억원 이상 종합심사낙찰제 1건 입찰공고를 내고서 무려 6차례나 공고를 정정하는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LH는 지난 5월31일 ‘GTX 운정역 환승주차장 건설공사’를 종합심사낙찰제 방식, 공사비 742억원으로 최초공고 했다. 이후 이달 30일까지 LH는 총 6차례나 공고를 번복했다. 통상 공공입찰 분야에서 최초공고 이후 재공고를 내는 사례는 흔하게 관측된다. 첫 공고 후 공고문 상의 결함을 발견, 한 차례쯤 수정해 정정공고를 내는 경우다. 하지만, 같은 공고를 6차례나 변경한 사례는 없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실제 정정공고 사유를 보면 LH가 국내 대표 발주기관이 맞는지 의구심을 제기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아마추어 행정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건설사의 한 공공입찰 담당자는 “지난 2009년 한국토지주택공사 출범 이후로 15년 가까이 LH 입찰 업무를 해왔다”면서 “이번 환승주차장 건설공사 입찰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라고 말했다.

LH는 지난 7월11일 1차 정정공고를 내고 공사비를 742억원에서 640억원으로 82억원 감액했다. 정정 사유는 내역과 단가 수정에 따른 공사금액 변경과 현장설명 자료 변경이었다.

이후 2주 만에 LH는 2차 정정공고를 냈다. 일위대가 수정과 T.A.B 공사비를 면세에서 과세로 변경한다는 게 이유였다. LH는 정정을 통해 입찰담당자 연락처도 바꿨다.

LH는 2차 정정공고 후 일주일도 안 돼 3차 정정공고를 내고 T.A.B 공사비의 부가세 변동을 이유로 또 바꿨다. 4차 정정공고는 3차 이후 2주 뒤인 이달 14일에 이뤄졌다. 건축과 기계분야 표준시장 단가가 빠져 반영한다는 이유였다. 건축, 기계분야 일위대가 내 표준시장 단가도 다시 수정했다.

이어 23일엔 공사 중 임시 사면보호공과 수직벽 숏크리트 철거 단가와 수량을 수정해야 한다며 5차 정정공고를 냈다. 30일엔 공통가설항목 일위대가와 현장설명서를 바꿔야 한다며 6차 정정공고를 냈다. 공사비도 1억원 준 639억원으로 정해졌다.

LH가 무려 6차례나 공고를 정정하면서 입찰기간은 5월에서 8월로 3개월 지연됐다. 입찰참여자가 없어 입찰일정이 지연된 게 아니라, 순전히 발주기관인 LH의 황당 정정사태 때문이다.

공공건설 업계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각 건설사 견적부서는 종합심사낙찰제 사업이 공고되면, 철저히 내역분석을 거쳐 내역을 직접 만들어 입찰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6차례 정정공고 기간 입찰참여자들은 6번 내역을 다시 만들어야 했다는 설명이다.

한 건설사 견적부서 관계자는 “견적팀에서 벌써 몇 번째 재 작업을 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공사를 취소하고 제대로 검토하고 나서 냈으면 이런 업무시간 낭비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LH의 이번 6차 정정공고 사태는 발주기관으로서 LH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파트 건설현장 지하주차장 붕괴사태 이후 전관 문제 등으로 정치권과 여론에 집중포격을 맞으면서 사실상 기본적인 업무조차 진행하지 못하는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6차 정정공고 사태는 LH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조달청이나 국가철도공단, 도로공사 등 메이저 발주기관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고, 경험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발주를 해도 이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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