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격 땐 보완공사ㆍ손배 중 선택… “결국 기업 부담만 늘어”

사업자, 추가부담 최소화 위해

손해배상 선택할 가능성 높아

전문가 “실질적 저감효과 의문”


정부, 용적률 인센티브 적용해

슬래브 두께 기준 강화도 검토

자재비 늘어 분양가 상승 직결

 

 

[e대한경제=이계풍 기자] 정부가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이웃 간 갈등을 초래하며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층간소음으로 인한 접수 민원은 2020년 4만2250건, 2021년 4만6596건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만6257건)보다 70%가량 급증했다. 코로나로 집안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층간소음 갈등이 더욱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정부는 층간소음 문제 해법으로 층간소음 사후확인제와 소음ㆍ진동 기준 상향 조정, 시험방법 변경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한다.

지금까지는 아파트 바닥 모형을 만들어 미리 실험실에서 층간소음을 측정하는 ‘사전인정제’를 운용했다. 그러나 실제 설계에 반영되는 바닥 모형보다 더 견고히 제작한 시험체를 제출하다보니, ‘인정 따로, 시공 따로’의 불법 행위가 만연했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다 지은 아파트를 대상으로 층간소음을 평가하는 사후확인제를 도입했다.

새 제도에 따르면 검사권자는 층간소음 성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업자에 대해 보완 시공 혹은 손해배상을 권고할 수 있다. 다만, 강제가 아닌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선 공사비가 많이 들어가는 보완 공사보다 손해배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기업들의 비용부담만 늘어날 뿐 실질적인 층간소음 저감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층간소음 기준을 대폭 강화한 것도 논란거리다. 경량충격음 기준은 기존 58데시벨(㏈)에서 49㏈로, 중량충격음은 50㏈에서 49㏈로 기준이 각각 변경됐다.

지금까지 건설업계가 개발한 차음 기술은 주로 슬래브 위쪽에 시공되는 바닥판 구성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완충재, 모르타르 등 바닥판 구성을 달리해 충격을 상쇄시키는 원리로, 평균 2∼3㏈(업체별 상이)의 층간소음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다만, 해당 방식은 경량충격음 상쇄 효과는 있지만, 중량충격음 차단 효과는 미비하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건축구조설계 전문가 A씨는 “바닥판 기술은 일정 수준의 경량충격음 상쇄 효과가 있다. 다만, 중량충격음을 잡으려면 결국 슬래브 두께를 두껍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국토교통부는 슬래브 두께를 9㎝ 늘리면 용적률을 5% 추가해주는 인센티브 도입을 검토 중이다. 슬래브가 두꺼워지면 동일 높이에 지을 수 있는 아파트 층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주려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층간소음은 삶의 질을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큰 문제”라며 “바닥 슬래브 두께를 무조건 권고하기보다 용적률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유인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대책은 이달 중순 ‘주택 250만호+α 공급계획’에 담길 예정이다.

그렇다고 해도 무작정 슬래브 두께를 늘릴 수는 없다. 두꺼워진 슬래브를 시공하려면 이를 지탱하는 기둥ㆍ보는 물론 건축물 전체를 지지하는 기초공사도 더욱 견고하게 설계ㆍ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철근, 콘크리트 등 건축자재 투입량의 증가로 건축비가 늘어나고, 이는 분양가(공사비) 상승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A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단순히 바닥판 기술을 적용하는데만 가구당 200만원 상당의 공사비 상승이 발생할 것이란 계산이 나왔다. 여기에 슬래브까지 두껍게 제작, 시공할 경우 공사비 증감률이 상당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계풍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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