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및 전문가, 민간 발주ㆍ중소 현장 적정 공사비 대책 절실해
[e대한경제=권성중 기자] 전례없는 건설자잿값 폭등이 건설현장의 안전 마저 위협하고 있다.
수익성 악화와 손실 우려 등으로 인해 현장마다 안전투자 여력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공사비 증액이 어려운 민간발주 및 소규모 현장 중심으로 부실시공과 그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가 커지고 커지고 있다.
1일 건설 및 자재, 안전관리 업계 등에 따르면 벌써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자잿값 폭등으로 인해 시공사의 손실 부담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새 철근과 레미콘 등 주요 자재를 비롯, 목재와 합판, 기타 부수 자재의 가격 마저 최대 2∼3배 오르면서, 투입 공사비도 급증했는데 시공사 입장에서 이를 보전받기가 여간 어렵다는 뜻이다.
그나마 정부 및 산하기관 등이 발주하는 공공공사의 경우에는 사정 좀 낫다.
기획재정부 및 국토교통부, 조달청 등 관계 부처가 관급자재 공급 안정화와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제도의 개선 등을 추진하면서 부담이 다소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계약금액 조정이 사실상 불가능한 민간공사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 등 제도권 관리가 어려운 50억원 미만 소규모 현장은 자잿값 상승이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가뜩이나 안전시설 및 장비 등에 대한 투자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불어난 공사비 조차 제대로 보전받기 어렵다보니, 자재 투입량을 줄인다거나 인력과 장비 등을 무리하게 운용하는 부실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견이상 대형건설사도 건설기술진흥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보건관리비 만으로는, 안전장비 구입 및 관련 인건비도 감당하기 어려워 추가적인 비용을 들이고 있는 실정인데, 계약금액 조정 자체가 불가능한 민간 중소규모 공사를 주로 수행하는 중소 건설사들의 사정은 어떻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러면서 “공사를 수행하면 할 수록 수익성이 악화하고 손실만 커지는 형국이라면, 일단 안전이나 품질과 관련된 비용부터 줄일 것이고 이는 다시 부실시공이나 산업재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우려는 정부도 인식을 같이 한다.
이에 최근 국토교통부는 원희룡 장관 주재로 긴급 공급망 점검회의을 열어, 물가변동시 공사비 증액조치가 가능한 ‘민간공사 표준도급계약서’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신규 계약 건이 아닌, 기존 계약으로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의 경우에는 발주자를 상대로 한 소송을 제외하고는 계약 갱신이 사실상 불가능해 당장 표준계약서 사용 효과는 기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때문에 관련 업계 및 전문가들은 민간 발주 공사라 하더라고 공공성을 감안해 정부 차원에서 적정 공사비를 보장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원 법무법인 율촌 중대재해센터 변호사는 “공사계약의 경우 일반 제조 및 용역과는 차별되는 ‘공공성’이 존재한다. 실제 건축물의 구조안전 및 내구연한은 공공의 안전 및 위험과 직결되는 만큼 건설관계법령을 통해 부실시공을 예방하고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규제와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중대재해처벌법도 중대산업재해 및 중대시민재해 예방에 필요한 적정 예산 반영을 의무화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적어도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공사 계약에 있어서는, 현장 종사자의 안전과 건축물 품질관리에 소요되는 ‘적정공사비’는 반드시 보장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발주자가 적정공사비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부실시공과 그로 인한 중대재해를 막을 수 없고, 이는 다시 우리 사회가 감수해야 하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성중기자 kwon88@
〈ⓒ e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