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물가변동·종심제 등 곳곳에 불합리…‘공정·상식’ 가치에 부합해야

[e대한경제=박경남 기자]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한 가운데 공공계약제도의 새로운 방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행 공공계약제도에는 수의계약, 물가변동, 종합심사낙찰제 등 곳곳에 걸쳐 치명적인 맹점이 숨어 있는데,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방향인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도록 공공계약제도를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건설협회(회장 김상수)는 최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불합리한 내용을 담고 있는 ‘공공계약제도 개선과제’를 발굴해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에 제출했다.

이번 공공계약제도 개선과제는 △수의계약 △물가변동 △종심제 등이 큰 축이다.

우선 수의계약 제도 중에선 소액수의계약 때 견적 하한 산정기준 개선과 기술형입찰의 유찰에 따른 수의계약 때 가격협상 기준 개선 등이 포함됐다.

현행 적격심사는 사회보험료, 품질·안전관리비 등 건설현장의 안전 확보와 근로자 보호 등을 위한 비용을 가격경쟁 대상에서 제외해 낙찰률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소액수의계약에 대해선 낙찰하한율 이상의 견적을 제출하도록 하면서 이들 비용을 모두 포함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렇다보니 소규모 공사에서 품질 저하나 안전사고 등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협은 소액수의계약의 견적 하한 산정 때 이들 값을 제외한 후 낙찰하한율을 적용해 적정공사비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찰 기술형입찰에 대한 수의계약 체결 때 불합리한 가격협상 기준도 개선 대상으로 제시했다.

지금은 기술형입찰 유찰 후 수의계약 전환 과정에서 종심제 평균 낙찰률을 기준으로 가격을 협상하다보니 기술형입찰의 공사비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건협은 지방계약제도처럼 기술형입찰과 종심제 공사의 평균낙찰률을 유찰 기술형입찰의 가격협상 기준으로 변경할 것을 주문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자재가격에 대한 완충 장치 마련도 이번 공공계약제도 개선 과제의 한 갈래다.

현재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위해 ‘단품물가조정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단품물가조정은 ‘특정 규격’을 기준으로 자재가격의 증감을 따지다보니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실정이다.

건협은 특정 규격이 아닌 품목을 기준으로 단품물가조정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하고, 90일 경과 요건의 예외 사유로 특정 자재가격 15% 상승을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유찰에 따른 수의계약의 경우 물가조정률 판단 기준시점을 계약체결일이 아니라 경쟁입찰과 같이 입찰일로 변경해 물가변동분을 제때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최저가낙찰제로 전락한 종심제는 계약신뢰도 감점 범위 명확화, 하도급계획서 제출시점 조정, 하도급계획 변경 비율 규제 완화, 동점자 처리기준 개선 전면 시행 등의 개선 과제가 반영됐다.

종심제에서 감점으로 주어지는 계약신뢰도 항목은 발주기관마다 무려 20배 이상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데, 건협은 최대 감점 한도를 0.2~0.5점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모든 업체가 하도급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 300억원 이상 종심제의 경우 종합심사점수가 최고점인 업체에 한해 하도급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해 입찰참가업체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건협은 제안했다.

낙찰금액의 10% 이내에서 변경 가능한 하도급계획 변경 비율 규제는 하도급계획을 직접시공으로 변경할 경우 변경 비율을 제한하지 않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재 간이형 종심제에 도입된 동점자 처리기준의 경우 300억원 이상 대상공사에도 전면 확대 적용해 적정공사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울러 건협은 공사손해보험 가입 대상을 현재 기술형입찰 및 200억원 이상 교량 등 특정공사에서 1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하고, 국가계약분쟁조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계약조건에 ‘선 조정·중재 후 법원 판결’을 담도록 하는 방향으로 계약제도 개선을 건의했다.

기존에 입찰참가자에게 물량내역서만 제공했던 기초자료도 단가산출서 등으로 확대해 입찰참가자의 공사비 적정성 검토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주문했다.

박경남기자 kn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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